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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겨울의 행복한 북카페

신들은 순순히 목줄을 차지 않을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요즘 뉴스를 보면 당장 오늘에라도 인공지능이 세상을 정복할 듯하다. 알파고가 등장해 충격을 준 지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인간처럼 맥락을 이해하고 응답하는 챗GPT가 등장했고, 이제는 머지않은 미래에 그보다 더 뛰어난 인공지능이 나오리라는 예측이 들려온다. 예측에는 감정이 따라붙는다. 반가움, 설렘, 기대, 그리고 두려움과 우려.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지적 활동을 하는 또 다른 존재 앞에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두려워진다.

물론 이런 반응은 인공지능에 대한 오해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고, 인공지능을 인간과 같은 자기의식을 가지는 방향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은 적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변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기의식과 다중지능을 가진 강-인공지능이 등장할 가능성이 정말 없을까.

행복한 북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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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철학과 박찬국 교수는 인공지능을 굳이 인간처럼 불완전하게 만드는 것보다 오히려 인간과는 다른 존재로 발전시켜나가는 게 낫지 않겠냐고 묻기도 했다. 이런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은 다양한 SF 작품들 때문이다. 인간과 같은 감정을 가지면서 인간보다 월등한 지성을 가진 존재라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렇게 질투하고 분노하는 고차원의 지성체를 신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켄 리우는 이러한 존재를 상정한 ‘포스트휴먼 3부작’을 통해 우리 눈앞이 아닌 비트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그렸다. 『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2023)에 수록된 ‘신들은 목줄을 차지 않을 것이다’ ‘신들은 순순히 죽지 않을 것이다’ ‘신들은 헛되이 죽지 않았다’ 세 작품이다. 업로드된 의식들은 이제 각자의 욕망을 좇는 신들이 된다. 그들의 전쟁을 보고 있으면 고대 그리스의 신들이 인간을 두고 벌이는 전쟁을 보는 듯 무력하고 허망하다. 그러한 세계가 올 가능성은 작겠지만, 만약 오게 된다면, 그들은 “순순히 목줄을 차지 않을 것이다.”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