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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 수액 만들려 1600억 쏟은 '바보'…이종호 JW 명예회장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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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이 30일 오전 7시 49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JW그룹은 “세브란스병원에서 입원하던 중 전날 병세가 급격히 악화했고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했다”고 밝혔다. 사진 JW그룹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이 30일 오전 7시 49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JW그룹은 “세브란스병원에서 입원하던 중 전날 병세가 급격히 악화했고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했다”고 밝혔다. 사진 JW그룹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이 30일 오전 7시 49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JW그룹 측은 이날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입원하던 중 전날 병세가 급격히 악화했고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했다”고 밝혔다.

고(故) 이종호 명예회장은 JW그룹을 대표하는 제품인 필수 수액 산업을 키운 주역이다. 국내 기초수액제 시장에서 JW중외제약의 점유율은 40%에 이른다.

서울고와 동국대 법대를 졸업한 고인은 1966년 제약 산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1969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합성 항생제 리지노마이신 개발을 이끌며 주목받았다. 합성 항생제는 당시 선풍적인 반응을 이끌며 회사가 경영 기틀을 마련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명예회장은 1969년 5월 발명의 날에 합성 항생제 개발 공로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항생제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고인은 1970년대 들어 기초 수액 산업에 전념했다.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수액 사업을 두고 사업을 포기할까 고민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환하게 켜진 병원 불빛을 보며 고인은 “꺼져가는 생명이 있는데 돈이 안 돼서 그만둔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이후 JW그룹은 1997년 국내 최초로 환경 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 수액백(용기) 개발에 성공했다. 2006년에는 충남 당진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수액제 공장을 지었다. 고인은 “1600억원을 들여 개당 1000원 정도 하는 수액 공장을 짓는다니까 (사람들이) ‘우리 시대의 마지막 바보’라고 비웃었다”고 회고했다. JW그룹은 이 수액 공장을 기반으로 아시아 제약사로선 처음으로 유럽에 수액을 수출하고 있다.

이어 신약 개발을 강조하며 1983년 중앙연구소 설립을 주도했다. “반도체는 만드는데 왜 신약은 못 만드나.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연구개발에 투자했듯이 (신약 개발도) 오너가 투자를 해줘야 한다”면서다. 이후 JW그룹은 2001년 국내 최초로 임상 3상 신약 1호 항생제 ‘큐록신’ 허가를 얻는 성과를 냈다.

그는 2011년 사재 200억원을 출연해 중외학술복지재단을 설립했다. 2003년부터는 홀트 장애인합창단 영혼의소리 후원회장을 맡았다. 이 명예회장은 “장애인도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사회를 밝게 만드는 존재”라며 2015년 장애인 미술 공모전인 JW아트어워드를 만들며 장애인 작가들의 작품 활동을 지원했다.

고인의 장례는 JW그룹 회사장으로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진다. 발인은 5월 3일 오전 7시다. 유족으로는 부인인 홍임선씨와 자녀 이경하·동하·정하·진하씨 등이 있다. 장지는 경기 연천군 중면 횡산리 선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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