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의 빛' 부산 뱃길 지킴이 태종대 영도등대 내달 설치 1 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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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태평양에서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선박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부산 영도등대가 다음달로 불을 밝힌 지 100년이 된다.

부산시 영도구 태종대 기암절벽 위에 있는 영도등대는 1906년 일제가 설치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1905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대륙 진출에 필요한 병력과 물자를 실어나를 선박의 안전 운항을 위해 부산의 관문에 세웠다"고 말했다. 일제는 같은 해 제주도 우도와 울산 울기등대도 건설했다. 2004년 새로 조성한 영도등대엔 4명의 등대지기가 근무하며 해질녘부터 해가 뜰 때까지 18초마다 세 번(15초 지난 뒤 16, 17, 18초째 점멸) 깜박거린다. 불빛은 24마일 밖에서도 볼 수 있다. 안개가 낄 때는 불빛과 함께 음파(뱃고동 소리)를 낸다. 이 소리는 3마일까지 퍼져나간다.

영도등대는 처음엔 높이 11m의 콘크리트 탑 위에 석유등을 설치해 불을 밝혔다. 당시는 깜박거리지 않았고 불빛도 멀리 가지 않았다. 57년 8월 전등으로 교체되면서 15초마다 두 차례 깜박거렸다. 전등도 밝아져 15마일 떨어진 바다에서도 불빛을 볼 수 있었다.

태종대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자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등대 시설을 2004년 4월 해양문화공간으로 꾸몄다.

옛 등대 전방 50m 지점에 35m 높이의 등탑을 세웠고, 등대의 변천 자료 전시실과 휴게실 등을 만들었다. 광장엔 세계로 뻗어나가는 희망의 불빛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설치돼 관광객들의 기념촬영 배경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옛 등탑은 현장에 보존돼 있다. 국내엔 1903년 6월 처음 설치된 인천 팔미도등대를 비롯해 모두 43곳의 유인등대가 운영되고 있다.

부산=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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