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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만 3199억, 떼인 전세금 눈덩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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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6호 01면

21일 오전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관계자 등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피해 주택의 경매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의 전세사기 피해 규모는 2500여 가구에 이르고, 이 중 1500여 가구가 임의 경매에 넘어갔다. [뉴스1]

21일 오전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관계자 등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피해 주택의 경매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의 전세사기 피해 규모는 2500여 가구에 이르고, 이 중 1500여 가구가 임의 경매에 넘어갔다. [뉴스1]

집단 전세 사기에 따른 임차인의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인다. 전셋값 하락으로 ‘깡통전세’ 위험까지 커지고 있어 하반기 ‘2차 쓰나미’가 우려된다.

21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보증사고는 역대 최다인 1385건으로 집계됐다. 사고금액은 3199억원으로 전월(2542억원)보다 25.8% 늘었다. 3월 한 달간 발생한 사고금액이 2019년 한 해 발생한 전세보증 사고금액(3442억원)과 맞먹는다. 전세보증사고는 세입자가 계약 종료 후 1개월 안에 보증금을 되돌려 받지 못하거나, 계약 기간 중 경매 등으로 배당 후 보증금을 받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보증사고는 주로 수도권(1290건)에 집중됐다. 신축 빌라가 밀집한 강서구에서 99건이 발생하는 등 서울에서만 363건이었다. 인천에는 부평(125건), 미추홀(108건)을 중심으로 458건이 집중됐다. HUG가 집주인을 대신에 세입자에게 갚아준 전세보증금도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보증금 대위변제액은 지난달 2251억원으로 전달(1911억원)보다 17.8% 늘었다. 대위변제를 받은 가구 수도 처음으로 1000가구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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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전국 시·군·구에서 연립·다세대의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이 80%를 넘는 곳이 25곳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임대차 사이렌’ 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대전시 대덕구의 경우 전세가율이 131.8%에 달했다. 대전시 전체 연립·다세대의 평균 전세가율은 100.7%, 경기도 평택시도 100.4%를 기록했다. 경기 수원 팔달구(95.1%), 경기 파주시(94.5%) 등도 전세가율이 높았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젊은 직장인의 수요가 집중된 결과다. 서울에서는 영등포(86.3%), 도봉(85.2%), 강북(84.9%), 구로(84%) 등 9개 구의 전세가율이 80%를 넘었고, 인천 미추홀구는 89.9%였다.

임차인의 피해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미추홀 사건의 주범 ‘인천 건축왕’ 남모씨 일당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지난달 구속 기소될 당시 125억원에서 현재 380억원으로 늘었다. 안산 ‘빌라의 신’ 사건은 70억원에서 600억원으로, 광주 ‘빌라왕’ 사건은 48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아직 계약이 만료되지 않아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천 미추홀구전세사기대책위원회 김병렬 부위원장은 “자체 집계 결과 건축왕 일당이 받아간 은행 대출이 3500억원, 보증금이 2160억원에 달한다”며 “늦지 않게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집값과 전셋값이 계속 하락할 경우 깡통전세 피해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주택자금 조달계획서(2020년~2022년 8월) 161만건을 분석한 결과, 전세가율이 80%를 넘어 ‘깡통주택’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경우는 12만1553건에 달했다. 특히 임대차2법 시행으로 전셋값이 폭등한 2021년에 하반기에 계약한 물량의 2년 만기가 본격적으로 돌아오는 올 하반기가 더 문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2년 전 전셋값과 매매가격의 동반 상승을 틈타 조직적으로 벌인 전세 사기의 후폭풍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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