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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탈출이냐" 마지막엔 2명만 남았다…텅 빈 연금개혁 특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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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회 연금특위 공청회장에서 의원들이 도중에 빠져나가면서 의원식이 텅텅 비어있다. 국회 제공

12일 국회 연금특위 공청회장에서 의원들이 도중에 빠져나가면서 의원식이 텅텅 비어있다. 국회 제공

12일 오후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공청회가 텅 비는 사태가 벌어졌다. 공청회 도중 국회의원들이 속속 빠져 나갔고 위원장과 국민의힘 강기윤 간사만 남았다. 그래서 "방 탈출 특위냐"는 비아냥이 나왔다.

이날 특위는 ‘기초연금 발전 방향’을 주제로 오후 2시부터 약 2시간 동안 공청회를 열었다. 특위 민간자문위원인 김수완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발제자로 나서 기초연금을 올리되 소득 계층별로 차등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김수완 위원의 발제 이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류재린·이다미 부연구위원이 토론하고 위원(국회의원)들이 순서에 따라 질의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연금특위 관계자는 “의사를 결정하는 자리는 아니고 기초연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해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라며 “쟁점이 왜 발생하고 있는지 알리는 데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원들 대부분은 본인의 질의가 끝나면 자리를 떴다. 2시간여 흘러 마지막 순서인 강기윤 국민의힘 간사 질의 때는 주호영 위원장과 강 간사 둘만 남았다. 배현진·고영인 의원은 질의를 하지 않았다.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들 대부분은 순서에 발언하고 나갔다”라며 “특위 위원보다 발제자와 토론자가 더 많이 남아 있었다. 연금 특위의 실체를 보여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목적도 책임감도 없는 이런 특위는 없어져야 한다”라며 “의지가 있는 사람들로 꾸려 속도감 있게 진행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했다. 연금개혁을 대하는 의원들의 태도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금개혁의 공은 사실상 국회서 정부로 넘어간 상황이다. 당초 연금개혁 초안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됐던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가 지난달 말 구체적인 수치 없이 ‘보험료율 및 가입상한·수급개시 연령 상향’이라는 원칙 정도만 제시한 경과보고서를 내면서다.

연금특위는 이날 1차 공청회를 시작으로 19일, 26일 두 차례 더 퇴직연금과 연금 수익률 등을 주제로 공청회를 연다. 26일 공청회가 끝난 뒤 특위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현재 소득 하위 70% 노인에 30만원 주는 기초연금을 50만원까지 인상하되 지급 대상은 하위 40%로 축소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김 교수는 내년부터 연차별로 대상은 축소하고 연금 급여 수준을 높여 2026년에는 소득 하위 40%에게 월 50만원을 주는 방식을 언급했다.

기초연금 도입 당시에는 노인 빈곤이 전반적으로 심각했으나 현재 노인의 소득이 개선된 만큼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조정해 선택과 집중하자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하위계층이 기초연금을 포기하는 대신 국민기초생활보장 혜택을 선택하면서 실제 선정기준은 소득 하위 70% 선보다 높다”면서 “기초연금의 수급대상은 향후 전체 인구 대비 노인 소득·자산의 상대적 수준이 개선되는 속도를 고려해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김연명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정치적 수용 여부는 별도로 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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