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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정파적 스피커’ 최민희 방통위원 임명은 부적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사실 왜곡하며 반대 세력 헐뜯는 활동 일관

방송·통신의 독립·공정 위해 천거 철회해야

‘준비 안 된 우크라이나 대통령 때문에 우크라이나 국민이 희생되고 있다.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낀다. 준비된 대통령, DJ 계승자 이재명 대통령!’ 최민희 전 의원(19대 민주통합당 비례대표)이 지난해 2월 SNS에 쓴 글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피해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탓으로 돌린다.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을 ‘준비 안 된 지도자’로 몰면서 이재명 후보를 치켜세우기 위해 쓴 글이었다.

최 전 의원은 이처럼 왜곡된 ‘팩트’를 들이대며 자기가 지지하는 쪽은 두둔하고 상대편은 헐뜯는 비지성적 태도를 숱하게 보여왔다. 윤 대통령이 여성 식당 주인과 어깨동무를 한 사진이 공개됐을 때 그는 “성희롱으로 보일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상황에 대한 확인은 없었다. 식당 주인은 “내가 어깨동무를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 뒤 최 전 의원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포옹한 모습의 사진이 공개돼 ‘내로남불’의 전형이라는 비난을 샀다. 윤 대통령이 선거운동 때 거제시의 한 시민으로부터 대구(어류)를 받아 머리 위로 들어 올리자 ‘무속’ 의혹을 제기했다. 이를 건넨 시민은 무속과 상관없는 순수한 선물이라며 최 전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최 전 의원은 “이재명은 성공한 전태일”이라고 말했다. 전태일 열사를 존경하는 사람들은 대장동 비리 등 각종 범죄 혐의를 받는 데다 가족에게 상습적으로 욕설을 한 이재명 대표를 노동운동의 상징적 인물에 비유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윤미향 의원 횡령 의혹이 불거졌을 때 그는 “보수 우파와 친일 세력의 거짓 프레임”이라고 우겼다. 횡령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위안부 피해자였다. 최 전 의원의 행보에선 ‘사실 존중’ 자세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 그런 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일 때가 많다.

이런 최 전 의원을 더불어민주당이 차관급인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천거했다. 방송과 통신의 독립성·객관성·공정성을 지켜내야 하는 자리에 정파성·편향성이 짙고 독선적인 사람을 앉히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더군다나 2018년에 선거법 위반(허위사실 유포) 판결을 받아 5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2021년 말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사면·복권을 해주지 않았다면 지금도 참정권이 제한됐을 사람이다. 오죽하면 문재인 정부 시절에 MBC 사장이었던 최승호씨가 “그냥 정파적 정치인이었다. 방송에 나와 주로 민주당 스피커 역할을 해 온 분”이라고 최 전 의원을 평가하며 “최 전 의원은 독립적 역할을 해야 할 방통위원 직에 전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겠는가. 민주당의 추천 철회나 본인 고사가 바람직하다. 그러하지 않는다면 윤 대통령이 재량권을 활용해 임명을 유보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