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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흉흉한 ‘검사 대거 공천설’…괴담으로만 그치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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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여당 대표 김기현 “그런 일 없고 용인하지도 않을 것”

새 정부 인사 봤던 국민들은 “현실화될 수도” 우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검사 공천이니 어떠니 하는 괴담은 근거가 없다”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제가 용인도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 도는 ‘검사 출신 30여 명 공천설’ ‘검사 수십 명 출마설’을 괴담으로 일축하며 “특정 직업 출신이 수십 명씩 대거 공천받는 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또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이 진행되도록 철저히 감독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검찰 출신 인사들의 명단과 공천 예상 지역이 ‘지라시(정보지)’ 형태로 돌며 당 내부가 술렁대자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같은 날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총선까지 1년 남았는데 어떻게 벌써 그런 이야기가 나오느냐”며 “그냥 설이라고 생각하며, 정부 차원에서 들여다 보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치권 내부나 국민들 사이엔 검사 대거 공천설이 결국 현실화되리라는 의심이 만만치 않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왜 이런 소문이 끊임없이 나도는지, 여당 대표까지 나서서 부인해도 국민들이 왜 그 말을 잘 믿지 않는지 먼저 성찰할 필요가 있다. ‘검찰공화국’이란 야당의 지적을 굳이 동원하지 않더라도 검사 출신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 출신을 너무 많은 자리에 기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국민들은 피할 수 없었다. 내각도 내각이지만 인사 추천과 검증 등 대통령실과 정부의 인사 라인을 검사나 검찰 공무원 출신이 독점한 현실은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 인사 파동 과정에서 이미 큰 부작용을 노출했다.

특히 금융감독원장, 국무총리 비서실장,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상근전문위원, 교육부 장관 보좌관 등 업무적 연관성이 크지 않은 자리에도 검사 출신이나 현직 검사가 잇따라 기용되면서 정부 인재풀을 둘러싼 논란은 더 확산했다. 전직 검사들이 대기업 사외이사 등 민간 부문으로까지 대거 진출했다. 그동안 침묵하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 ‘노무현 수사’ 관련 회고록을 낸 시점도 ‘특수부 출신 검사 전성시대’와 관련이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왔다. 현 정부 들어 두드러지는 소통과 협치의 부재가 토론·대화나 균형 감각보다 수직적 상명하복과 검사동일체 원칙을 더 중요시하는 검찰 마인드의 영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입법부도 검사들이 장악할 것이란 ‘괴담’의 생성과 확대재생산엔 이렇게 대통령과 여권 스스로 빌미를 제공한 측면을 부인할 수는 없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조언을 해야 할 여권의 한 축으로서 김 대표는 검사 대거 공천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약속의 무게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대통령실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대표직에 오른 그는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약속을 뒤집고 친윤계 일색으로 지도부를 꾸려 비판을 받았다. 괴담이 정말 괴담으로 끝나는지, 김 대표가 이번엔 약속을 지켜낼지 국민들은 냉철하게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