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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미국은 도·감청 해명하고, 동맹에 악영향 없도록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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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병주(오른쪽) 국방위 간사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국방위, 정보위, 외통위원들과 무소속 김홍걸 의원(왼쪽 다섯째)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병주(오른쪽) 국방위 간사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국방위, 정보위, 외통위원들과 무소속 김홍걸 의원(왼쪽 다섯째)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 언론 “우크라 무기 지원 계획 관련 동맹국 도·감청”

26일 정상회담 악재 안 되게 상황관리하고 재발 막아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보름여 앞두고 미국 정보기관의 광범위한 감청 의혹이 폭로됐다. 뉴욕타임스의 보도 등에 따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장 상황 및 각국의 무기 지원 동향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정보 수집 활동을 했다. 한국의 대통령실도 여기에 대상으로 포함됐다. 김성한 전 대통령실 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이 나눈, 즉 우크라이나에 한국이 포탄을 지원할 경우 살상무기 지원 금지 원칙을 위반할 우려가 있다는 구체적인 대화 내용까지 등장한다. 직접 듣지 않고선 미국이 알기 어려운 내용이다.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불법이자 심각한 주권 침해다. 이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한·미 동맹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미국 내에서도 “동맹국과의 관계가 복잡해졌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세계는 정보와의 전쟁 중이다. 북한의 우방인 러시아가 1980년대 북한 지도부를 대대적으로 염탐하자 북한은 러시아대사관과 노동당 사이의 공터에 고층아파트를 지어 차단했다. 1976년 한국의 로비스트가 미국 의회를 상대로 불법 로비를 했다는 코리아 게이트는 당시 미국이 청와대를 도·감청해 확보한 정보가 토대가 됐다고 한다.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은 청와대의 모든 창문을 3중창으로 바꾸도록 했다. 핵 개발과 같은 민감한 사안은 담당자들을 부산 등 지방으로 불러 산책하며 상의했다. 한·미 관계가 삐걱거리는 시기에 미국의 ‘감시’가 더욱 세밀했지만, 어느 때보다 굳건한 동맹을 유지하고 있는 최근 이런 일이 벌어진 건 유감이다.

미 국가안보국(NSA)의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2013년 세계 주요 지도자를 미국이 도·감청했다고 폭로한 이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정부도 광화문청사와 현재 대통령실로 사용하고 있는 국방부 건물에 유리창의 떨림을 방지하는 방식의 감청 차단 장비를 곳곳에 설치했다. 나름 대비를 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에 또 사건이 터진 만큼 정부는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난해 단기간에 대통령실을 이전하며 여당 내부에서도 보안 문제를 제기했다는 사실을 정부는 명심하길 바란다. 간부들의 보안의식을 강화하고 중요 시설에 불법 장비가 설치된 건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동시에 정부는 이번 사건이 보름 뒤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상황 관리에 나서야 한다. 북한의 도발과 대만을 향한 중국의 실사격 훈련 등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요동치는 시점에서 한·미 동맹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양국 모두 손해다. 그런 점에서 미국은 빠른 시간 안에 경위를 파악해 설명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정부 역시 불법에 대해선 단호한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