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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사망한 군사 블로거에 훈장 수여…러 "우크라 배후"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카페에서 일어난 폭발 사고로 숨진 유명 군사 블로거 블라들랜 타타르스키에게 ‘용맹 훈장’을 수여했다. 러시아 당국은 이번 폭사 사건의 용의자로 26세 여성을 체포했고, 사건 배후엔 우크라이나 정보기관과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 등이 연루됐다고 주장했다.

푸틴, 사망한 군사블로거에 훈장 수여

우크라이나 침공 지지자였던 군사 블로거 블라들랜 타타르스키. 지난 2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카페 폭발 사고로 사망했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침공 지지자였던 군사 블로거 블라들랜 타타르스키. 지난 2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카페 폭발 사고로 사망했다. AF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푸틴 대통령은 대통령령을 통해 “직업적 의무 수행에서 용기를 보여준 막심 포민(타타르스키의 본명)에게 용맹 훈장을 수여하라”고 지시했다.

용맹 훈장은 범죄에 맞서 싸우거나 재난 상황에서 인명을 구하고, 군 복무나 직업적 임무 수행에서 용감성과 헌신성을 보여준 군인 또는 시민 등에게 수여되는 국가 훈장이다.

앞서 지난 2일 타타르스키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카페에서 독자 100여명과 만남 행사를 진행하다, TNT(강력폭약) 300~450g 규모의 폭발물이 터지면서 즉사했다. 현장에 있던 14세 소녀를 포함해 33명이 다쳤고, 이 중 8명은 중상이다.

타타르스키는 56만 명에 달하는 구독자 거느린 유명 블로거로, 그간 친(親) 푸틴 성향의 군사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적극 지지하고 전쟁에서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군 당국을 맹렬히 비난해왔다. 또 우크라이나 동부 최전선에 방문해 러시아에 유리한 소식을 전하고 “러시아가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 우크라이나에서 모두 죽이고 강탈해야 한다”고 외치는 등 푸틴의 나팔수 역할을 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이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 폭발 사고로 숨진 다리야 두기나에게도 이 훈장을 수여한 바 있다. 두기나는 푸틴 대통령의 ‘사상적 스승’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로, 러시아 국영 TV 등에 출연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옹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상적 스승인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와 러시아 군사 블로거 블라들랜 타타르스키(오른쪽). 사진 트위터 캡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상적 스승인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와 러시아 군사 블로거 블라들랜 타타르스키(오른쪽). 사진 트위터 캡처

BBC방송에 따르면, 타타르스키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마키우카 출신의 범죄자다. 지난 2014년 무장 강도 혐의로 복역하다,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에서 활동 중인 친러시아 반군 세력에 합류했다.

러, 폭발물 석고상 전달 26세 여성 체포  

지난 2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카페에서 현지 유명 군사 블로거가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로 사망한 사건의 용의자로 3일 체포된 26세 여성 다리야 트레포바. 사진 러시아 내무부 영상 캡처

지난 2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카페에서 현지 유명 군사 블로거가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로 사망한 사건의 용의자로 3일 체포된 26세 여성 다리야 트레포바. 사진 러시아 내무부 영상 캡처

현재 러시아 수사당국은 폭발물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석고상을 타타르스키에게 선물로 전달한 26세 여성 다리야 트레포바를 용의자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트레포바는 남편의 친구가 소유한 한 아파트에서 검거됐다.

소셜미디어(SNS)에 퍼진 타타르스키의 행사 영상에는 트레포바가 석고상을 들고 카페에 들어와 건네는 모습이 담겨있다. 타타르스키는 석고상을 청중을 향해 보이면서 감탄했고, 석고상을 옆 테이블에 놓았는데 그때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석고상이 터졌다.

러시아 내무부가 공개한 별도 영상에선, 트레포바가 자신이 타타르스키에게 문제의 석고상을 전달했다고 인정하면서도, 누가 석고상을 준 것인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또 이것이 나중에 폭발할 것이란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레포바는 지난해 2월 개전 이후, 반전 시위에 참여했다가 구금된 전력이 있다.

트레포바의 남편 드미트리 라일로프 역시 “아내가 혼자서 이런 일을 결코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누명을 썼다고 주장했다. 라일로프는 현재 우즈베키스탄에서 망명 생활 중이다.

러 "우크라 연루"…우크라 "러 내부 정치싸움"

4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성 바실리 대성당 앞에 카페 폭발로 사망한 러시아 군사 블로거 블라들랜 타타르스키 사진이 러시아 국기 등과 함께 놓여있다. 로이터=연합뉴스

4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성 바실리 대성당 앞에 카페 폭발로 사망한 러시아 군사 블로거 블라들랜 타타르스키 사진이 러시아 국기 등과 함께 놓여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3일 잠정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번 사건의 죄목을 ‘살인’에서 ‘테러행위’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번 테러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계획되고 준비됐다는 정보를 확보했다”면서 “범행 주문자에서 실행자로 이어지는 연쇄 고리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이날 기자들과 전화 회의에서 “이번 사건은 테러 행위이며,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이 연루된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국가반테러위원회는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이 투옥 중인 러시아 반체제 인사 나발니 지지자들과 함께 테러를 계획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같은 러시아의 주장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일 “상트페테르부르크나 모스크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우크라이나와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앞서 지난 2일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이번 공격은 러시아 내부 정치 싸움의 일부”라며 선을 그었다.

나발니가 이끄는 국제반부패재단의 이반 즈다노프 단장 역시 “우리는 이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다”면서 “외부의 적(우크라이나)과 내부의 적(나발니 팀)을 싸잡아 공격하기 위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움직인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을 이끄는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이번 사건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를 비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어떤 정부와 관계가 없는 급진적인 집단 소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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