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대청댐 사전답사한 강남 납치범...피의자 4명으로 늘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벌어진 납치·살인 사건의 피의자 황모(36)씨와 연모(30)씨가 살해 및 유기 장소인 충북 청주 대청댐 인근에 사전 답사까지 다녀온 걸로 조사됐다. 경찰은 답사에 동행했던 연씨의 지인 A씨(24)를 강도살인 예비 및 방조 혐의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피의자로 추가 입건했다. 이에 따라 사건 관련 피의자는 4명으로 늘었다.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들(좌측부터 황모(36)씨·이모(35)씨·연모(30)씨)이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들(좌측부터 황모(36)씨·이모(35)씨·연모(30)씨)이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당초 우발적 살해를 주장해왔던 황씨는 최근 “공범 이모(35)씨가 ‘죽여야 한다. 연장도 미리 준비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는 취지로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획 범행임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황씨는 전날(2일)까지 “저항이 심해 기절시키려고 목을 졸랐는데 사망해 있었다”며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공범 연씨는 검거 직후부터 2~3개월 전부터 범행을 준비해 왔다며 계획 범죄를 인정해 왔다.

연씨와 황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6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피해자의 자택 근처에서 귀가하던 피해자를 납치하며 범행을 실행했다. 이튿날 오전 0시 12분 경부고속도로로 진입한 이들은 마성IC를 통과한 뒤부터는 국도를 타고 대전에 도착해 대청댐으로 향했다. 황씨와 이씨는 대청댐 인근에서 피해자를 협박해 코인 등 금품을 빼앗으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실제 이들은 차량 안에서 피해자에게 마취제가 든 주사기를 수차례 찌르는 등 피해자를 협박해 코인 갈취를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피의자들이 범행 장소로 점찍은 대청댐 인근은 연씨가 미리 알고 범행 장소로 물색했으며, 인근에 연씨 집안 선산 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피해자가 사망하자 오전 6시쯤 시신을 대청댐 인근에 유기했다.

경찰은 “약물이 담긴 주사기 여러 개를 준비해 건넨 것도 이씨”라는 진술도 확보했다. 경찰은 해당 약물이 마약류 마취제인 케타민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의 어깨와 다리 등에서 주사기 투약흔이 나온 만큼, 약물이 피해자의 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지난 1일 피해자의 사인이 질식사로 의심된다는 구두 소견을 냈지만, 약독물 검출 등 분석을 거쳐 사인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낼 예정이다.

지난달 31일 오후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된 대전 대덕구 대청호 인근에서 경찰 수사관들이 짐을 싣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오후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된 대전 대덕구 대청호 인근에서 경찰 수사관들이 짐을 싣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경찰은 대청댐 사전 답사 당시 연씨·황씨와 동행했던 A씨도 추가 피의자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납치·살해 계획을 들은 A씨는 범행에 가담하는 걸 거부해 실제 범행을 저지르진 않았다. 다만 A씨가 사전에 이씨 일행의 범행 계획을 알고 있었다면 강도살인 예비나 방조 혐의 등이 적용될 수 있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법에서는 강도살인·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연씨·황씨·이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렸다. 이들은 “왜 납치 살해했나”, “피해자 유가족에게 할 말 없나” 는 등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호송차에 올랐다. 황씨는 법원에 출석하며 “유가족에게 할 말 없나”는 질문에 “죄송하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