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마다 “사재기 인파”/기름값 오르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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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주부·승용차 몰려 동나기도/“연내엔 안올린다더니…” 불만
연내에 기름값을 올리지 않겠다는 당초의 약속과는 달리 정부가 25일부터 휘발유·등유 값을 28%나 올리겠다는 방침을 전격적으로 발표하자 24일 오후부터 서울·부산·대구·광주를 비롯한 전국의 주유소에는 사재기 인파와 차량들이 몰려 북새통을 빚었다.
대부분의 주유소에는 평소보다 2∼3배 넘은 차량들이 몰려들었고 석유통을 든 가정주부·시민들이 10여m씩 줄을 지어서 기름값이 오르기전 한방울의 기름이라도 더사기 위해 몸싸움을 벌여 일부 주유소는 기름이 동나기도 했다.
기습인상 방침이 전해지자 가정주부와 직장인들,특히 자가운전자들은 일손을 멈춘채 끼리끼리 모여 기름값 인상에 따른 추가차량 유지비와 올겨울 난방비 부담을 걱정했고 당초의 약속을 어기고 기습인상을 한 정부를 원망하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서울 와룡동 128의2 대성석유㈜ 비원주유소에는 24일 낮부터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들이 몰려들기 시작,오후5시까지 1천여대의 승용차와 트럭이 몰려 평소의 2배인 7만ℓ의 휘발유가 팔렸다.
일반가정용 석유도 오후5시까지 평소의 4배정도인 2만4천ℓ(1백20드럼)가 팔리는 바람에 자체 비축량이 모자라 본사와 계열주유소의 비축량 50여드럼을 급히 가져다 팔기도 했다.
서울 사당동 남성주유소에도 오후2시부터 시민들이 석유통을 2∼3개씩 손에 들고 10여m가량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고 자가운전자들은 주유소앞 도로까지 주차,곳곳에서 교통 혼잡을 빚었다.
이 바람에 서울 길동 K주유소의 경우 승용차들이 많이 찾는 무연휘발유가 이미 오후3시쯤 동났다.
석유를 사러온 이대복씨(35·상업·서울 사당동 195)는 『기습적으로 인상한데다 인상률마저 너무 높아 당황스럽다』며 『올 겨울 난방비 부담이 켜져 걱정이다』고 말했다.
자가운전자인 서영문씨(40·회사원·서울 방배2동 528)는 『연내에는 기름값을 올리지 않겠다던 정부가 약속을 깨고 갑자기 기름값을 인상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짓』이라며 『올릴 수 밖에 없는 사정이라면 안올린다고 다짐을 말았어야 했다』며 정부자세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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