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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역사관은 수정주의 시각"|보수학계, 논문24편 실은 반 논서『해방전후사의 쟁점…』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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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보수적인 성향의 정치·역사학회 기성학자들이 그 동안 해방전후의 역사연구를 주도해온 진보적 소장학자들의 연구성과를 포괄적으로 반박하는 두 권의 책을 발간해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도덕정치 교육연구소(소장 한승조·고려대 교수)는 최근 학술진흥재단 강당에서 『해방전후사의 쟁점과 평가Ⅰ·Ⅱ』출간기념세미나 및 자축연을 가졌다.
해방전후사는 통상 일제식민치하에서부터 해방직후, 나아가 6·25까지의 기간을 의미한다. 흔히 「한국현대사」라고도 불려져온 이 시기에 대한 연구는 70년대까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해왔다. 그러나 80년대에 들어서면서 『해방전후사의 인식』(한길사간) 시리즈를 시작으로 이 시기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됐다.
해방전후사연구는 80년대 초·중반 강만길(고려대)·박현채(조선대)·안병직(서울대)·최장집(고려대) 교수 등 진보적 성향의 중견학자들에 의해 시작돼 이시기에 대한 관심을 높였으며, 80년대 후반부터는 한국역사연구회·역사문제연구소등 진보적 역사연구단체들의 공동연구로 활발히 진행돼왔다.
이 같은 진보적 연구자들의 활발한 연구진행과 달리 보수적 연구자들의 해방전후사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했으며, 대학생 등으로부터도 크게 관심을 끌지 못해왔다.
반면 보수적 연구자들은 진보적 연구성과들의 연구시각과 내용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 왔으며, 개별적인 서평이나 논문발표 등을 통해 의견을 개진해왔다.
이번에 발간된 「해방전후사의 쟁점과 평가」는 이같이 산발적으로 발표돼온 보수적 학계의 비판을 총괄한 방대한 분량의 연구서로 주목된다.
필자로 한승조교수 외에 김호성(서울교대)·이현희(성신여대)·홍순옥(동국대)·김수근 (아주대)·박봉직(서울대)교수, 김창순씨(북한연구소이사장)등 20여명이 참가, 24편의 논문을 실었다. 논문마다 3∼4편의 논평을 함께 실었으며 각 논문은 해방전후사연구의 주요 쟁점을 각각 다루고 있다.
이 책이 그간의 진보적 연구성과들에 대한 비판이며 반론임을 한 교수가 쓴 머리말에서 알 수 있다. 한교수는 머리말에서 『근래에 와서 해방전후사에 관한 연구논문과 간행물들이 정신차릴 수 없을 정도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그러나 그 많은 연구의 성과가 해방전후사의 진실을 흐리게 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추세를 방치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 이유는 해방전후사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이 나라의 미래전망이 좌우되고 또 국민정신에도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본서는 요즘 좌경적 이념이나 기타 동기에 의해 너무 왜곡되어온 현대사인식을 바로 잡아보려는 의도에서 편집되었다』고 발간취지를 명백히 밝혔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쟁점은 해방 전 역사로 ▲독립 운동의 목표·성격·주도세력 ▲한국임시정부와 항일무장투쟁의 역할비교 ▲독립운동에 있어서 좌우합작·통일전선 실패원인 등이며, 해방 후 역사로 ▲좌익주도 건국운동에 대한 평가 ▲미군정에 대한평가 ▲찬탁·반탁논쟁 ▲박헌영·이승만의 노선에 대한 평가 등이다.
한교수는 「해방전후사를 보는 시각」이라는 첫 번째 논문에서 진보적 연구성과들을 「수정주의적 입장」으로 규정하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한교수는 『민족주의적 시각 특히 우익보수·반공적 입장에서 연구 집필되는 것이 정통 주의적 시각』 『좌익 혁신적 입장에서 역사를 정리·편집하는 경향이 수정주의적 입장』이라며 역사 연구시각을 두 가지로 대별했다. 한교수는 이어 『과격한 수정주의는 마르크스-레닌주의 이데올로기에 감염돼있다』며『대한민국정부와 기존사회질서의 정통성을 부인하며 북한공산주의의 현대사인식에 직·간접으로 동조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에서 검토·재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수정주의적 연구결과물로는 『한국민중사』(한국민중사연구회) 『한국근대민중운동사』(망원한국사연구실) 『한국사 강의』(한국역사연구회) 『바로 보는 우리역사』(구로 역사연구소)등을 예거했다.
한편 이현희교수 「국내독립운동에 있어서의 좌우익노선」이란 논문에서 국내독립운동에서 좌익의 비중을 높이 평가하는 진보적 연구들을 반박, 『국내 항일투쟁은 우익중심으로 전개됐으며, 우익이 좌익을 압도·인도할 수 있었던 주요 원동력은 임시정부의 우익 주도적 독립운동세력 팽창과 그 영향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수근교수는 「한국경제를 통해본 미 제국주의정책」이란 논문에서 해방직후 미군정을『제국주의 신 식민지적 성격』으로 비판하는 진보적 견해를 반박했다. 김교수는 진보적 주장을 『경험적 사실에 근거하기보다 일부 상황적 근거들을 이념 적으로 편향·해석한 결과』라고 비판하고 『미군정은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혼란을 안정시켰고 귀속농지개혁을 통해 부분적이나마 경제민주화를 이룩했으며, 한국경제를 후진적 상태에서나마 확실한 시장경제방향으로 체제 구축했다는 점등에서 긍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방전후사의 쟁점과 평가」는 일부 논평에서 진보적 시각을 담고있기는 하지만 대다수 논문이 극히 보수적인 성향을 뚜렷이 하면서 진보적 연구성과들을 반박하고있어 진보적 연구자들의 재 반론을 재촉하는 듯하다. 실제로 진보적 연구자들 중 일부는 『소장학자들의 새로운 연구성과에 위협을 느낀 일부 보수학자들의 일방적 매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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