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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바이든, 꽉찬 키이우 5시간…방명록엔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중앙일보

입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전사자 추모의 벽'에 헌화한 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포옹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전사자 추모의 벽'에 헌화한 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포옹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예고 없이 방문해 5시간 남짓 꽉 채운 일정을 소화했다.

로이터·AP 통신 보도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전날까지도 폴란드 방문에 나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일정 도중 키이우를 찾을 가능성을 부인했다. 이날 방문은 말 그대로 깜짝 방문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들어왔다는 소식은 현지 신문인 노보스티 돈바스를 통해 알려졌다.

키이우 도심 내 미국 대사관 부근과 중앙역을 연결하는 도로 등이 통제되고 미국 측 소유로 보이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들이 통제된 도로를 따라 주행하는 영상이 시민들 사이에서 공유되자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도한 것이다.

실제로 이날 오전 8시께 바이든 대통령은 열차로 키이우에 도착해 통제된 도로를 따라 차량으로 이동했으며 8시 30분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 궁전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부부의 영접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21일 미국을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따뜻한 환영을 받았던 장면이 2개월 만에 장소와 주객만 바뀐 채 재연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기를 연상시키는 파란색과 노란색이 사선으로 섞인 넥타이를 매고 짙은 남색 코트를 입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와 줘서 고맙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당신을 만난 건 정말 놀라운 일”이라면서 악수를 했다.

두 정상은 경호 인력이 통제하는 길을 따라 키이우 중심부에 있는 성 미카엘 대성당까지 함께 걸었다. 이 성당은, 건물 앞 광장에 파괴된 러시아 탱크가 전시된 곳으로 키이우를 찾는 해외 고위 인사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이들이 성당에 들어갔다가 나오자 돌연 공습 사이렌이 울렸다.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전역에서는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습이 우려될 경우 공습 사이렌이 울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실제 미사일 등을 이용한 공습은 발생하지 않았다.

두 정상은 인근 전사자 추모의 벽으로 함께 갔고,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군과 교전 끝에 숨진 전사자들의 사진이 붙어 있는 벽 앞에 헌화하고 잠시 묵념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라에 목숨을 바친 병사들에게 경의를 표해준 바이든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표시했고,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가운데 둘은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깜짝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났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깜짝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났다. AFP=연합뉴스

이어 두 정상은 회담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5억 달러(약 6500억여원)에 이르는 추가 군사지원 계획을 젤렌스키 대통령과 공유했고,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관련 사실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께 키이우를 떠나기 전 마린스키궁 방명록에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자유를 사랑하는 국민들과 연대와 우정을 나누기 위해 온 키이우에서 환영을 받게 돼 영광’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젤렌스키 대통령에게는 ‘당신의 용기와 리더십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면서 우크라이나어로 ‘슬라바 우크라이나(우크라이나에 영광을)’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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