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우 찾은 바이든 “푸틴 틀렸다, 우크라 지원 계속될 것”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앞둔 20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습 피해를 본 성 미하일 황금돔 성당을 방문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나흘 앞둔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전격 방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전쟁이 일어난 후 처음으로, 5시간 정도 머물렀다.

이날 미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당초 21일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 안제이 두다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던 바이든 대통령은 예고 없이 키이우를 방문했다. 일정은 보안상의 이유로 비밀리에 진행됐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폴란드 국경에서 기차를 타고 키이우에 도착했다고 NYT는 전했다. 기차를 이용한 것은 전용기를 이용하는 것보다 더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CNN 등은 분석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키이우로 향하면서 발표한 성명에서 “오늘 키이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의 민주주의와 주권, 영토의 온전성에 대한 변함없고 지칠줄 모르는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거의 1년 전 침략을 개시했을 때 그는 우크라이나가 약하고 서방이 분열돼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는 그가 우리보다 더 오래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완전히 틀렸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지난 1년간 미국은 대서양부터 태평양까지 걸친 여러 나라들과 전례 없는 군사적·경제적·인도적 지원을 위한 연합전선을 구축했다”며 “이 지원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방문을 환영하며 “우크라이나 지지의 중요한 신호”라고 밝혔다.

오전 8시 현지에 도착한 바이든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의 침공이 1년이 지났지만) 키이우는 서있고, 우크라이나도 서있고, 민주주의도 서있다”며 “미국은 언제까지고 계속 우크라이나 곁에 서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5억 달러(약 6500억원) 규모의 새로운 군사 지원 패키지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이번 주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장거리 무기와 이전에 미국이 지원하지 않았지만 지원할 수 있는 무기들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회견 후 두 정상은 러시아의 공습으로 피해를 본 성 미하일 황금돔 성당을 함께 둘러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카톨릭 신자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전쟁 1년을 맞아 가장 중요한 순간에 키이우에 도착했다”며 “미국 정부가 여전히 우크라이나 지원에 헌신적이란 사실을 알리며 동맹국들을 안심시키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NYT는 또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전쟁이 한창이던 시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찾았던 일을 떠올리게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러시아 국영 RIA 노보스티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이 러시아를 상대로 서방이 대리전을 벌이고 있다는 증거라며 한 전문가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당국은 서구 집단의 도구”라고 비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