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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의문의 폭파, 댐 무너졌다…"러, 생태학살" 긴급 대피령[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노바 카호우카댐(카호우카댐)이 6일(현지시간) 폭파돼 인근 지역에 홍수가 발생했다. 위험지대에 있는 주민에 긴급 대피령이 내려진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댐 파괴의 주범으로 서로를 지목했다. 제네바 협약은 의도적인 댐 폭파를 전쟁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우크라 “러시아가 댐 파괴로 생태학살”

우크라이나 남부군 사령부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카호우카댐이 러시아 점령군에 의해 폭파됐다”며 “파괴 규모와 유속과 유량, 침수위험 지역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을 통해 “오늘밤 2시 50분에 러시아 테러리스트들이 카호우카 댐 구조물을 내부에서 폭발시켰다"며 “국가안보위원회 긴급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안드리 예르막 대통령 비서실장은 댐 파괴를 러시아의 ‘생태 집단학살(ecocide)’로 규정하며 “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가 댐을 폭파한 것은 우크라이나의 핵심 인프라에 대한 테러 행위로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논의할 때”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소집을 공식 요청했다.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러시아 테러 문제를 이사회 회의 안건으로 상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국영 원자력기업 에너고아톰이 공개한 6일(현지시간) 노바 카호우카 댐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국영 원자력기업 에너고아톰이 공개한 6일(현지시간) 노바 카호우카 댐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댐 주변에서 격렬한 폭발음과 함께 잔해 사이에서 물이 치솟는 모습이 담긴 영상 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됐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 등이 보도한 영상에선 파괴된 댐 벽 사이로 다량의 급류가 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이번 댐 파괴는 지난 4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점령지 여러 곳에서 이른바 ‘대반격’에 돌입한 가운데 벌어졌다. 러시아 측이 이를 제어하기 위해 댐을 폭파해 홍수를 일으키는 수공(水攻)을 펼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러시아는 여러 차례 홍수를 무기로 삼아왔다. 지난달 25일엔 러시아군이 도네츠크 카를리우카 댐 수문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는 우크라이나 측 발표가 있었다. 당시 뉴욕타임스(NYT)는 “카를리우카댐 공격으로 우크라이나군 작전 지역이 침수됐고, 댐 하류 지역은 안보 문제로 봉쇄됐다”며 “러시아가 홍수를 전쟁 전술로 사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에도 중부 크리비리흐 인근 댐에 미사일을 발사해 수문 2개 중 1개를 폭격했다.

지난 5일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5일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특히 러시아는 지난 4월부터 카호우카댐의 저수 수위를 의도적으로 높여왔다. 프랑스 데이터 업체 테이아 등에 따르면 최근 카호우카 저수지 수위는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것이 카호우카댐 수공을 위한 러시아의 준비 작업이라 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러시아군이 카호우카 댐에 지뢰를 매설해 위장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며 “댐이 파괴되면 헤르손 등 하류 지역 주민 수백만 명이 침수 피해를 입고 인근 자포리자 원전의 냉각시스템도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다만 IAEA는 이날 “자포리자 원전에 즉각적인 핵 안전 위험은 없다”며 “전문가들이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우크라 테러로 댐 파괴”

반면 러시아는 이번 댐 파괴는 우크라이나의 사보타주(비밀파괴공작)라고 규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리는 이것이 우크라이나 측의 고의적인 사보타주 사건임을 공식적으로 선언한다”며 “이틀 전 대규모 공격 행동을 시작한 우크라이나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자 벌인 고의적인 파괴행위”라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임명한 블라디미르 레오니예프 노바 카호우카 시장도 이날 “밤새 발생한 공습으로 카호우카댐의 일부가 파괴됐다며 “이는는 (우크라이나)테러리스트의 심각한 공격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6일(현지시간) 공개한 우크라이나 헤르손주 노바 카호우카댐의 모습. 파괴된 댐 위로 상당한 양의 물이 흐르는 모습이 보인다.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6일(현지시간) 공개한 우크라이나 헤르손주 노바 카호우카댐의 모습. 파괴된 댐 위로 상당한 양의 물이 흐르는 모습이 보인다. AP= 연합뉴스

침수 피해에 대해서도 양측 전망이 다르다. 우크라이나가 임명한 헤르손 지역의 군사행정 수장 올렉산드르 프로쿠딘은 “인근 지역의 주민 대피가 시작됐으며 물이 5시간 이내에 임계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며 “약 1만6000명이 드니프로강 우안 헤르손 지역의 위험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반면 레오니예프 시장은 “지금까진 민간인을 대피시킬 필요가 없다”고 인테르팍스통신에 말했다.

카호우카댐은 드니프로강에 높이 30m, 길이 3.2㎞ 규모로 옛 소련 시절인 1956년 지어졌다. 저수량은 18㎦에 달하며 인근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와 러시아군 점령지인 크림반도에 물을 공급한다. 인근에는 인구 약 30만명의 도시 헤르손 등 여러 도시가 있다. 카호우카댐이 있는 노바 카호우카시는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군에 점령된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군은 헤르손주의 중심인 헤르손시를 탈환했지만, 노바 카호우카시를 비롯한 헤르손주 외곽은 여전히 러시아가 장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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