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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배 열세' 전차, 대등해졌다...'대반격' 우크라 또다른 '믿는 구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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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량의 전차·장갑차, 러시아 본토 넘보는 미사일, 숙련된 전투 병력… 

1년 넘게 방어에 주력하던 우크라이나가 사실상 ‘대반격’에 돌입한 가운데 이번 진격의 바탕에 서방이 지원한 최신식 무기와 서방에서 고도로 훈련 받은 병사들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지난달 23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의 최대격전지 바흐무트 인근 도로를 따라 전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지난달 23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의 최대격전지 바흐무트 인근 도로를 따라 전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 전차, 러에 맞먹어 

지난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매체 유로마이단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지상군 전력은 지난해 2월 말 개전 초기만 해도 러시아에 초(超)열세였지만, 16개월 후인 현재는 엇비슷한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됐다. 현재 전쟁에 투입되는 전차의 경우, 우크라이나는 1400여대, 러시아는 1500여대로 큰 차이가 없다. 개전 초기 860대(우크라이나)와 3330대(러시아)로 4배 차였던 데서 괄목할 만한 변화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우크라이나 전차는 서방의 인도분이 600여대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영국·독일·폴란드·노르웨이·스페인 등이 챌린저2·레오파르트2·레오파르트1 등을 지원했다. 확전 가능성을 이유로 중무기인 전차 지원을 꺼려온 서방은 전쟁이 길어질수록 러시아가 유리해진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올초부터 입장을 바꿨다. 또 러시아군 전차 540여대를 포획해 새로 정비한 것도 보탬이 됐다.

장갑차도 미국의 브래들리·스트라이커, 독일의 마르더 등의 인도에 힘입어 6500여대로 늘었다. 개전 초기 2500여대에 불과해 러시아(1만2000여대)의 6분의1 수준이었다가 절반까지 따라잡았다. 포병 무기도 서방으로부터 하이마스(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와 곡사포·자주포 등을 받아 개전 당시 3배 차에서 현재 1.5배 차 정도로 좁혀졌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방이 준 첨단무기 덕에 화력과 방어력도 한층 상승했다. 영국이 지원한 장거리 공대지 순항 미사일 ‘스톰 섀도’는 한 기당 254만 파운드(약 41억 원)짜리로 사정거리가 250~400㎞에 달한다. 러시아가 점령 중인 크림반도는 물론 러시아 남부 본토까지 닿을 수 있다. 또 미국이 건넨 유도탄인 공대지 합동직격탄(JDAM)으로 장거리 정밀 폭격도 가능해졌다.

미국과 독일이 공급한 지대공 방공체계 패트리엇(PAC-3)으로 방공망도 강해졌다. 패트리엇은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kh-47)’을 방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꼽힌다. 패트리엇 미사일 방공체계의 비용은 최대 11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 미사일 한 기당 가격은 400만 달러(약 52억 원)로 추정된다. 그 외 미국과 노르웨이로부터 첨단 지대공 방공시스템인 나삼스도 지원받았다.

서방식 훈련으로 고도화된 병력 

전투 병력도 거의 비슷해졌다. 우크라이나는 개전 초기 병력이 25만명 정도였지만, 총동원령을 선포하고 훈련을 통해 지난해 여름부터 50만명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약 50만명으로 침공한 후, 지난해 9월 부분적 동원령으로 30만명을 추가했다. 그러나 사상자가 최소 20만명 이상 속출하면서 현재는 약 50만명으로 추산된다.

지난 3월 우크라이나군 당국이 소셜미디어(SNS)에 서방에서 지원받는 전차와 장갑차 등 군 장비를 소개했다. 각 장비 앞에 영국, 미국 등 서방국의 국기가 걸려있다. 사진 트위터 캡처

지난 3월 우크라이나군 당국이 소셜미디어(SNS)에 서방에서 지원받는 전차와 장갑차 등 군 장비를 소개했다. 각 장비 앞에 영국, 미국 등 서방국의 국기가 걸려있다. 사진 트위터 캡처

우크라이나에는 서방의 도움으로 최신 무기와 현대화된 전투 작전에 숙련된 병사들도 많아졌다. 지난해 창설된 제47기계화여단은 독일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기지에서 수개월 간 훈련받고 있다. 이들은 브래들리 장갑차 등 서방 동맹국들이 제공한 무기로 무장한 상태로 돌격 명령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이외에 영국·스페인·폴란드 등에서도 훈련을 받고 있다.

다만 공중 전력에선 아직 열세다. 단시간에 이를 보강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등 서방에 우크라이나가 요구하는 4세대 전투기 F-16이 지원된다 해도 조종사 훈련 기간이 필요해 최소 올가을에나 투입 가능할 전망이다.

"인천상륙작전 같은 승리 필요" 

대경대 부설 한국군사연구소 김기원 교수는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이 1년 사이에 엄청난 성장을 하면서 러시아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섰다”면서도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는 상대 전력보다 최소 3배 이상 수준이 되어야 승산이 있어서 현재 전력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우크라이나의 이번 대반격 결과를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6·25전쟁에서도 우리 군이 낙동강 방어선까지 밀리면서 공세 전환이 힘들었는데, 인천상륙작전 성공으로 전세가 뒤집혔다”면서 “초기 공세에서 러시아의 취약점을 잘 찾아 주요 전투에서 성공을 거두면 사기가 급격히 올라 대반격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크라이나가 대반격 개시 여부에 대해 계속 함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군사위성으로 우크라이나군 활동이 증가한 것을 감지하고 대반격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 전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4일부터 동남부 전선에서 우크라이나 측의 대공세가 펼쳐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북동남 3면에서 수만 명이 밀고 들어온 것처럼 극적인 대공세는 아닌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당국은 우크라이나가 일부 병력만 투입해 러시아군 병력과 방어 태세를 파악하는 정찰 방식의 초기 공세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NYT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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