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없어도 목에 혹 잡히면 구인두암 의심, 검사 받아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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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6호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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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두암은 편도와 혀뿌리, 목젖(연구개)에 생긴 암을 말한다. 구인두는 일상적으로 말을 하거나 음식을 섭취하고 숨을 쉬는 통로가 되는 부위로, 이 부위에 암이 발생하면 치료가 잘 돼도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전체 암의 약 1~2%를 차지하고, 주로 남성에게 더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암등록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3년에 514명의 구인두암 환자가 발생했고, 2020년에는 757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특히 지난 10년간 구인두암의 발병은 25%가량 증가했으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과거에는 흡연, 과도한 음주가 구인두암의 주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왔다. 하루에 한 갑 이상 흡연하는 흡연자의 경우 구강암을 포함한 구인두암이 발생할 확률이 비흡연자에 비해 10배 이상 높아지고 흡연과 음주를 같이 할 경우에는 구강암 및 구인두암의 발생률이 15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편도선염 증상 오래 지속되면 검진 필요

최근 20여년 전부터 두경부암 중에서 구인두암의 발생빈도가 급증하고 있다. 2007년 인유두종 바이러스(HPV·Human Papillomavirus)가 구인두암의 주요 원인으로 밝혀진 이후 현재는 전체 구인두암의 약 70% 정도가 HPV 감염으로 발생한다. 자궁경부암 원인 바이러스로 잘 알려진 HPV는  약 40개의 유형이 존재하고 이중 16·18형이 암을 일으킨다. 다른 유형의 HPV는 구강과 인후에 사마귀를 일으킬 수 있으나, 암으로 진행되진 않는다. HPV 양성 구인두암은 HPV 음성 구인두암에 비해 30~50대의 비교적 젊은 연령에서 빈발하고, 구강성교에 의해 성기로부터 바이러스가 옮을 수도 있다. HPV 양성인 구인두암은 조기에 경부림프절의 전이가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주로 목에 전이된 림프절을 주증상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HPV 음성인 구인두암에 비해 예후가 양호한 것으로 보고되며 암의 임상적인 병기 역시 다르게 평가하고 있다.

최근 목에 멍울이 잡히고 목 안의 이물감이 있는 경우 구인두암을 걱정해 병원에 오는 환자가 많다. 대부분 큰 문제 없는 림프절이 촉진되는 경우가 많지만, 구인두암의 경우에는 신체 검진만으로 악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CT나 MRI와 같은 영상의학적인 검사 및 조직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지속적인 목 이물감, 쉰 목소리, 경부 종물(腫物), 삼킬 때의 통증, 설명할 수 없는 체중 감소 등이 있으면 이비인후과 내시경을 포함한 검진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 특히 림프절 전이가 첫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통증이 없어도 목에 혹이 만져지면 반드시 전문가의 진찰을 받아봐야 한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구인두암 치료에는 절개 수술과 경구강로봇수술, 방사선치료, 항암 치료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종양의 종류와 위치, 병기에 따라 적절한 치료법이 적용된다. 따라서 환자 개개인에 적합한 맞춤형 다학제적인 접근이 필요한 종양이다. 수술의 경우 과거에는 목 앞을 절개하거나 턱뼈를 가르는 방식으로 수술했지만 수술용 로봇과 내시경을 도입해 입을 통해(경구강) 수술이 가능해져 수술 후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조기암에서는 경구강 수술이 각광받고 있다.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암을 제거해 정확한 병기를 파악하고 추후 예후 판단이나 추가 치료를 결정할 수 있어서다. 진행된 암에서는 방사선치료와 항암 치료를 병행하거나, 수술 후 보조적 방사선 치료를 시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구인두암은 목구멍이라는 위치의 특성 때문에 어떤 치료를 해도 치료 후 삼킴 장애나 음성 변화와 같은 후유증이 있는 경우가 많다. 두경부 자체가 중요한 혈관과 신경들이 밀집돼 있고 각각의 고유 기능을 가진 좁고 미세한 기관들로 이뤄져 있다 보니 수술 후 일부 신경의 마비나 호흡, 발성, 삼킴 등의 기능 저하나 장애가 남을 수 있다. 이런 후유증을 적게 남기면서 우수한 치료성적을 거두는 것이 구인두암 치료의 최우선 목표다.

치료 후 삼킴 장애, 음성 변화 등 후유증

과거에는 턱뼈를 가르거나 경부로의 절개를 통해 구인두 부위를 노출해 수술을 했다면, 최근에는 로봇을 이용해 입을 통해 최소 침습수술을 시행한다. 로봇도 과거에는 3개의 팔을 이용해 수술했다면, 최근에는 1개의 팔로도 더욱 좁은 부위에서 정밀한 수술이 가능해 환자의 만족도가 높고 수술 후 합병증도 줄일 수 있다. 발전하는 최소 침습수술 테크닉을 통한 구인두암 수술은 향후 두경부암 치료에 있어 가장 큰 지향점이다. 항암 방사선 치료에서도 마찬가지로 저강도의 치료를 시행해 환자의 삶의 질 향상과 동시에 우수한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들이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성적인 접촉으로 전염된다. 질 또는 항문 성교, 구강 성관계를 통해서도 전염된다. 여러 사람과 성관계를 갖거나 어린 나이에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노출된 경우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높다. 안전하고 건강한 성생활은 구인두암의 예방에 필수적인 요소다. 자궁경부암의 경우 국내에서는 12세 여성 청소년에서 HPV 백신 의무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남성의 경우 의무 접종사항이 아니다. HPV 백신은 구인두암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구강 감염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미국에서 2600명 이상의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이뤄진 연구 결과, 고위험 인유두종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은 구강 내 바이러스 감염을 90% 정도 예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인두암의 경우 남자가 여자보다 4배 이상 많이 걸리기 때문에 남자들도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 또한 전통적인 위험인자인 흡연, 음주, 구강위생 역시 중요하다. 통증이 없더라도 목에 멍울이 만져지거나, 삼킬 때 통증이 느껴지고 편도염 증상이 한쪽으로 오랜 기간 지속할 땐 반드시 병원을 찾아 내시경을 포함한 검진을 받아보길 바란다. 경구강로봇수술 등의 발전으로 조기에 치료하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치료에 나설 것을 권장한다.

김상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가톨릭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두경부 및 갑상샘 종양, 음성질환, 침샘질환이 전문분야다. 대한두경부종양학회우수연제상을 세 차례 수상했으며, 대한두경부외과학회 진료지침 실행위원, 보험위원, 대한이비인후과학회지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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