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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과 전공의 확보율 17%...10년 어둠의 터널 진입"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0월 서울 성북구 우리아이들병원에서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서울 성북구 우리아이들병원에서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아 진료가 축소되고 전공의 지원율이 급락한 가운데 소아청소년과가 앞으로 10년간 어둠의 터널에서 헤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진용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서울대 의대 교수) 은 8일 서울대 의대 주최 '소아의료체계 혁신과 위기 탈출' 포럼에서 "소아청소년과가 앞으로 10년 어둠의 터널에 들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제도적 지원체계' 주제 발표에서 이렇게 진단했다.

이 소장은 소아청소년과 실태를 공개했다. 저출산으로 인해 분만 건수가 2019년 30만건에서 2021년 26만건으로 떨어졌고,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2017년 2229개에서 2021년 2111개로 118개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 무렵 전공의 확보율도 100%에서 올해 17%로 떨어졌다. 소아 환자의 절대적인 숫자가 줄었고, 전공의 미달 사태가 본격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절대 환자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수가를 아무리 올려도 한계가 있다"며 "의료 행위별로 수가를 지급하는 방식에서 수가를 올려도 병원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수가 지불 방식을 묶음식으로 가는 걸 고려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상황에 맞게 수가 방식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그렇게 해야 할 근거로 뇌동맥류 수술과 분만을 예로 제시했다. 2021년 뇌동맥류 수술이 6891건이었고, 2019~2021년 신경외과 전문의 1명당 연평균 시술이 5회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또 2021년 66개 의료기관이 연간 자연분만 500건 이상을 맡았고, 이들이 분만의 절반을 담당했다. 나머지 405개는 500건이 안 돼 잠재적 폐업 위기에 처해있다고 우려했다.

김웅한 서울대병원 흉부외과(소아) 교수는 소아외과의 위기를 공개했다. 김 교수는 "일본은 어린이병원을 정부가 지원한다. 아프리카·네팔·이라크 같은 나라도 소아 진료는 무료"라면서 "내가 수술하는 선천성심장병 어린이 환자의 절반이 진료 수가 항목이 없다. 그래서 수술비를 달라고 (건강보험에) 신청하면 삭감된다. 수술 수가가 워낙 낮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소아과 위기가 최근 보도되지만, 위기가 시작된 지 10년 넘었다. 하지만 누구도 관심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날 소아외과 세부 전공별 전문의 실태를 공개했다. 전국적으로 소아외과 전문의는 20명, 소아성형외과는 20명 내외, 소아이비인후과는 2~3명, 소아비뇨기과·소아정형외과 각각 10명, 소아흉부외과는 15명에 불과하다. 소아신경외과는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에만 있다.

김 교수는 "전공의특별법이 일방적으로 통과돼 주당 80시간만 근무한다. 수술 도중 전공의가 나간다. 어떻게 되겠느냐. 소아과 문제가 곪을 대로 곪았다. 지금의 관심이 얼마나 지속할지 (모르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한국에 안면기형 신생아가 없는 나라이다. 태어난 뒤 한 차례 수술하면 평생 건강하게 산다고 해도 아이를 지운다"며 최근의 세태를 지적했다.

김지홍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소아과 중환자 상태이다. 우선 살려놓는 게 중요하다"며 "지금은 코로나19 이전 예산만큼 되돌려서 소아과가 유지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가장 좋은 대책은 연령 가산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아진료에 훨씬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수가를 가산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한석 서울대 어린이병원장은 "소청과 위기가 환자 불편으로 연결돼 너무 죄송할 따름이다. 소아의료기관도 소방서·경찰서와 비슷하다. 전국에 소아 의료기관을 깔아서 '소아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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