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만 전쟁날라, 정보전 강화하라"…일본 기업들 전담팀 꾸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는 전문 경영진을 고용하고 전담팀을 꾸리는 일본 기업들이 최근 늘고 있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물류 차질 등이 잇달아 빚어지자 "정보전을 강화하라"는 투자자들의 요구가 높아지면서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본 기업체들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책임지는 전담 부서를 만드는 등 관리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대만군이 지난 11일 대만 가오슝의 한 군사기지에서 춘제 연휴를 앞두고 훈련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대만을 둘러싼 미·중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본 기업체들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책임지는 전담 부서를 만드는 등 관리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대만군이 지난 11일 대만 가오슝의 한 군사기지에서 춘제 연휴를 앞두고 훈련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처럼 지정학을 중요시하는 일본 산업계의 최근 움직임을 전했다. 다국적 컨설팅업체인 PwC에 따르면 매출액 5000억 엔(약 4조 7500억원) 이상인 일본 상장기업 가운데 33%가 지난해 연간보고서에서 '지정학(Geopolitics)'이란 단어를 언급했다. 이는 직전 년도(11%)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포괄하는 보다 넓은 범위의 '경제안보'에 눈을 뜬 기업도 많아졌다. 일본 최대 로펌인 TMI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2022년 회계연도 연간보고서에서 '경제안보'를 언급한 일본 기업 수는 전년의 2배 이상이다.

특히 일본 기업들은 미·중 갈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일본 음료업체 산토리는 지난달 미쓰비시 상사 출신 미국인 임원 에구치 고를 스카우트해 첫 '최고 정보 책임자(CIO)'로 임명했다.

일본 음료업체 산토리는 미쓰비시 상사의 미국인 임원 에구치 고를 스카우팅해 첫 '최고 정보 책임자(CIO)'로 임명했다. 사진은 산토리가 인수한 유명 미국 위스키 브랜드인 짐 빔의 버번 위스키. AP=연합뉴스

일본 음료업체 산토리는 미쓰비시 상사의 미국인 임원 에구치 고를 스카우팅해 첫 '최고 정보 책임자(CIO)'로 임명했다. 사진은 산토리가 인수한 유명 미국 위스키 브랜드인 짐 빔의 버번 위스키. AP=연합뉴스

이와 관련, 산토리 관계자는 "중국과 너무 가까운 것으로 여겨지는 국가에 합작법인을 설립하면 안 된다는 미국 규제 당국의 경고를 받은 뒤, 회사 차원에서 지정학 관련 정보 수집의 중요성을 인식했다"고 FT에 말했다. 산토리는 2013년 미국 위스키 브랜드인 '짐 빔'을 인수한 이후 이같은 규제가 미국 국내 사업에 끼치는 영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처럼 "일본 기업들이 미·중 사이에 끼일 위험이 커지고 있다"(야부 교헤이 일본 무역진흥기구(JETRO) 책임연구원)는 경고가 나오면서 일본 기업들의 움직임은 더욱 바빠지는 모양새다.

일본 최대 화학회사인 미쓰비시화학은 공장의 관리·물류·조달 등에서 리스크를 총괄하는 '최고 공급망 책임자(chief supply chain officer)'라는 직위를 지난해 새로 만들기도 했다.

미쓰비시화학의 이같은 결정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이 깊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 미쓰비시화학은 러시아산 석탄 구매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결국 전쟁이 터진 지 며칠 만에 호주산으로 방향을 틀었던 경험이 지정학적 위협을 헤쳐나갈 고위직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

일본 가전업체 히타치는 지난해 지정학적 리스크를 논의하는 실무그룹을 꾸렸다. AFP=연합뉴스

일본 가전업체 히타치는 지난해 지정학적 리스크를 논의하는 실무그룹을 꾸렸다. AFP=연합뉴스

다른 회사들도 비슷한 고민에서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가전업체 히타치는 지난해 재무 책임자를 '최고 리스크 관리 책임자'로 임명하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논의하는 실무 그룹을 따로 꾸렸다.

음료업체 기린은 따로 리스크 관련 책임자를 두진 않았지만, 대만 유사 시 대만 내 자회사를 어떻게 할 지 내부적으로 논의를 시작했다.

일본 음료업체 기린은 대만 유사 시 대만의 자회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부 논의에 착수했다. AP=연합뉴스

일본 음료업체 기린은 대만 유사 시 대만의 자회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부 논의에 착수했다. AP=연합뉴스

이같은 일본 기업들의 움직임은 일본 정부의 경제안보 강화 흐름에 부응하는 측면도 있다. 지난해 5월 일본 의회를 통과한 경제안보법은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실시된다. 법안 내용은 ▶공급망 강화 ▶핵심 인프라 안전 확보 ▶첨단기술 연구개발 지원 ▶특허 비공개화 등 대중국 견제 성격이 강하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