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통일을 위해) 무력사용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옵션을 확보하겠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6일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대만 통일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특히 “외부 세력의 간섭과 극소수의 대만 독립 분자와 그 분열 활동을 겨냥한 것”이라며 무력 침공을 통한 통일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번 당 대회를 통한 3연임에서 더 나아가 종신 집권 체제를 굳히기 위한 핵심 명분으로 대만 통일을 활용하는 모양새다.
대만은 시 주석의 무력통일 발언에 즉각 반발했다. 연합보 등 대만 언론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장둔한 대만 총통부 대변인은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양안(중국과 대만)의 옵션이 절대 아니라는 것이 대만인의 공통된 인식”이라며 “국토의 주권은 양보할 수 없고, 자유와 민주주의도 타협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 퍼즐' 위한 무력 침공 언급
시 주석 입장에서 대만 통일은 중국몽의 핵심 요소이자 ‘하나의 중국’을 위한 마지막 퍼즐에 해당한다.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 시기 홍콩·마카오 반환에 이어 대만 통일에 마침표를 찍는다면 이는 장기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면서도 내부 단결을 도모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시 주석이 언급한 ‘무력 통일’이 말 뿐인 협박을 넘어 실존하는 위협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안(兩岸) 관계와 이로부터 파생된 대만해협 분쟁이 미·중 경쟁의 핵심 전선에서 다뤄지면서 한국도 선택을 강요받는 국면에 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미·일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선 중국의 대만 침공시 미국의 군사 개입을 “우리의 약속”으로 규정하며 미군 파견을 포함한 군사력 지원 방침을 밝혔다. 유사시 미국은 자체 군사적 개입을 넘어 한국 등 동맹국에도 모종의 역할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대만 전략', 동맹 한국에도 '역할 요구'
특히 미국은 반도체·배터리 등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며 중국에 대해선 ‘고립’을, 대만과는 ‘협력’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칩4(미국·한국·일본·대만 반도체 협력 대화) 등의 연합체를 활용해 대만과의 공급망 밀착에 나서는 동시에 중국에 대해선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식이다. 미국 입장에서 대만은 중국과의 패권 경쟁 국면에서 ‘포기할 수 없는 카드’가 된 셈이다.
실제 백악관은 지난달 29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과 대만,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한국 대통령실의 발표 자료에는 언급조차 없었던 대만 문제가 백악관 자료에는 회담의 핵심 의제로 명시된 것이다. 이는 미국이 대만 문제와 관련한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메시지에 해당한다.
대만 유사시 韓 대응전략은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의 딜레마는 ‘미·중 간 대만해협 군사적 충돌시 한국은 미군을 지원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요약된다. 윤 대통령은 앞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북한 역시 도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북한 도발에 대응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지난 9월 25일, 미 CNN 인터뷰)라고 답변했다. 대만 문제의 외교·안보적 민감성을 감안해 즉답을 피했지만, 대만 해협의 군사적 긴장이 무력 충돌로 비화할 경우를 대비한 대응 원칙을 수립할 때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국제협력센터장은 지난 8월 ‘최근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갈등의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대만해협에서 군사 충돌이 발생하면 주한미군이 동원되거나 한국의 직·간접적 연루 가능성이 증대되며, 경제 안보적 측면에서도 상당한 파장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며 “한국은 가능한 군사적 연루를 최소화해야 하되, 선택이 불가피할 경우 동맹 역할의 확대를 가능한 수준에서 용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대만 통일은 시진핑 주석 3연임의 핵심 명분이자 3연임 후의 주요 과제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무력 침공의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며 “대만 해협에서 미·중 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한국은 그에 따른 북한의 무력 도발 가능성 등을 앞세워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앞으로 대만 문제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는 미국의 의지는 점차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