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박나니의 한옥 이야기(12)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옥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일고 있다. 회색빛 바다와도 같은 폐쇄적이고 획일적인 콘크리트 아파트 단지에서 자라난 젊은 세대가 이런 주거 방식에 싫증을 느낀 나머지 훨씬 더 개방적이고 다양한 모습을 지닌 우리의 전통 한옥에 시선을 돌리게 된 것이다. 전통적이라고는 하나 요즘 한옥은 한옥의 외관은 유지하되 내부는 현대적인 생활방식에 맞춰 변한 한옥이 많다. 한옥 이야기는 지난 2019년 발간된 책『한옥』에서 다루고 있는 한옥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화동재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리에 자리 잡은 화동재는 『한옥』에서 유일하게 도심이 아닌 곳에 위치한 한옥이다. 시골이라는 배경 탓에 이 집이 언뜻 앞서 소개한 가옥들보다 더 전통적인 집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전통적 외관과는 달리 현대적인 딴채가 함께 존재하는 집이다.
주택의 정문이 위치한 딴채는 목욕탕이 있는 채, 부엌이 있는 채 그리고 안채와 사랑채를 겸하는 채 등 총 3채로 구성되어 있다. 목욕탕과 안채 사이에 위치한 정문으로 들어서서 좁은 통로를 지나면 도시형 전통가옥을 연상시키는 긴 마당이 눈에 들어온다. 이 마당을 가로질러 초목 사이로 걸어가다 보면 낮은 언덕 위에 한옥 본채가 나타난다.
화동재의 인테리어는 전통 미학을 엄격하게 따라 최소한의 멋만 살렸다. 난방을 위해 설치한 온돌방은 바닥은 옻칠한 종이로, 벽은 한지로 마무리한 작은 공간이다. 한옥 본채에는 다락처럼 높게 만든 누마루가 있는데, 그 끝에는 둘러 막힌 현관이 위치해 날씨가 따뜻할 때는 누마를 개방함으로써 자연과 맞닿은 넓은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
화동재는 별장으로 쓰이기 때문에 가족과 손님들이 여유 있게 쉴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집주인과 가족들은 현대적인 딴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데, 특히 부엌 칸과 안채는 밝게 탁 트인 공간이어서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기에 안성맞춤이다. 큼지막한 창문을 통해 안뜰이 보이고, 부엌 칸에서는 언덕 위에 있는 한옥 본채가 바라다보이는 이곳은 참 정겨운 장소이다.
이 가옥은 전통과 현대, 격식과 비격식, 세련됨과 소박함의 대비가 뚜렷해서 언제나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실용적인 생활공간인 딴채와 한옥 본채가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딴채와 본채를 오가며 자연과 자연스럽게 접촉하게 되고, 본채가 현대적으로 바뀌어야 할 필요성에서 자유로워지며, 아울러 전통을 잘 보존해야 할 필요성을 더 각별히 느끼게 해준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