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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의 비밀 푸나…1만배 선명한 MRI, 곧 원숭이 뇌 찍는다

중앙일보

입력

가천대 길병원이 개발 중인 11.74T MRI.동물시험을 앞두고 최적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사진 가천대 길병원

가천대 길병원이 개발 중인 11.74T MRI.동물시험을 앞두고 최적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사진 가천대 길병원

 세계 최고의 해상도를 가진 자기공명영상(MRI)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가천대 길병원은 11.74T MRI 통합시스템 설치를 완료하고 3월 중 전 임상시험(동물실험)에 나설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가천대 길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연구중심병원이다. 11.74T MRI 개발은 보건복지부가 2014년 '노인성 뇌 질환 조기진단 기술 개발'을 위해 연구중심병원 R&D(연구개발) 지원 대상으로 선정한 사업이다. 지금까지 보건복지부가 180억원을 지원했고, 길병원도 180억원을 투자했다.

연구중심병원 R&D 개발사업은 길병원뿐만 아니라 경북대·고대구로·고대안암·분당차·삼성서울·서울대·서울아산·아주대·세브란스 등 10개 병원 26개 과제에 연구비를 9년간 지원한다. 2020년 372억원, 2021년 440억원을 지원했다. 11.74T MRI 개발은 이 중 하나이다. 연구중심병원은 우수한 연구 잠재력을 보유한 병원이 진료 중심에서 '연구-진료 균형 체계'로 전환해 연구개발 실용화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다.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해 3월 MRI 시스템의 핵심 부품인 마그넷(Magnet)의 현장 성능 평가를 마친 뒤 11월 경사자장코일, RF코일, 전자기기, 전원공급장치 등을 결합해 11.74T MRI 통합 시스템 설치를 완료했다. 지금은 전 임상시험을 하기 위해 최적화 작업을 하고 있다. 이게 끝나면 3월 원숭이·쥐 등의 설치류·영장류 동물시험에 들어간다. 이 마그넷은 가천대 길병원 뇌과학연구원이 이탈리아의 전문업체 ASG와 함께 제조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여기에서 고해상도 이미지를 획득한다면 11.74T MRI로 살아있는 동물의 뇌 이미지를 세계 최초로 얻게 되는 셈이다. 길병원 측은 "이를 토대로 사람의 뇌 촬영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MRI는 자석의 세기(단위는 테슬라, Tesla)가 높을수록 선명해진다. 국내 병원들은 주로 3.0T MRI를 쓴다. 이걸로는 복잡한 인간의 뇌를 알기 어렵다. 초고자장 MRI로 불리는 7.0T가 세계에 60대(2018년 기준) 나와 있다. 3.0T MRI보다 해상도와 정확도가 매우 높다. 국내에는 가천대 길병원 뇌과학연구원, 성균관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등에 있다. 7.0T MRI는 안전성과 가격 문제 때문에 미국 식품의약처(FDA)도 아직은 인간의 손·발·뇌 등 일부만 촬영하도록 허가한 상태다.

11.74T MRI는 현재 병원에서 쓰는 것보다 해상도가 1만배 이상 높다고 한다. 만약 동물시험에 이어 인체 임상시험이 성공하면 뇌의 심층부 질병을 확인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11.74T급 MRI 개발은 미국, 유럽, 한국이 앞서 있다. 미국은 국립보건원(NIH) 주도로 11.74T MRI 시스템을 먼저 설치했으나 아직 이미지를 얻지 못했다. 프랑스 국립 연구소 뉴로스핀은 식물(호박)의 이미지를 획득했다.

가천대 길병원, 이탈리아 전문가가 11.74T MRI용 마그넷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 가천대 길병원

가천대 길병원, 이탈리아 전문가가 11.74T MRI용 마그넷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 가천대 길병원

가천대 길병원이 개발 중인 11.74T MRI는 동시 다채널-다핵종 방식이다. 코일을 통해 인체의 신호를 획득하기 위해 여러 채널을 촬영하지 않고 동시에 다채널 이미지를 얻는다. 인체 수소(H) 원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핵종을 이용한다.

병원 측은 한국. 미국, 유럽, 일본 등에 특허를 등록했다. 7.0T MRI 시스템을 개발하는 국내 기업에 기술을 이전했다. 김우경 가천대 길병원 원장은 “연구중심병원의 성과가 기술 사업화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11.74T MRI 개발에 최종적으로 성공한다면 미지의 영역인 뇌의 비밀을 푸는데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수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과장은 "뇌 사진은 선명할수록 치매 등의 질환을 진단하기 쉬워진다. 가천대 길병원의 11.74T MRI의 동물시험이 매우 의미가 있다"며 "정부가 9년간 장기적으로 연구개발비를 지원한 게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황 과장은 "기술을 어떻게 사업화할지 고민해서 최상의 방식을 찾을 것을 본다"며 "치매 연구자와 협업하는 구조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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