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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의 한·일 관계 선생님' 하토야마 전 총리, 우당특별상 수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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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오른쪽) 우당이회영선생교육문화재단 이사장은 11일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에게 우당특별상을 수여했다. 강정현 기자

이종찬(오른쪽) 우당이회영선생교육문화재단 이사장은 11일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에게 우당특별상을 수여했다. 강정현 기자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가 11일 우당이회영선생교육문화재단(이사장 이종찬)이 수여하는 우당특별상을 수상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이회영 선생은 독립운동을 하면서 ‘저항의 대상은 일본 제국주의의 폭력적 권력 그 자체일 뿐 일본 국민 전체를 적대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며 “한·일 양국에 가로 놓인 엄연한 역사적 사실에 입각해 이를 인정하고 무한 책임 하에 사죄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동시에 미래 지향적인 입장에서 양국의 우호 발전과 동아시아 평화 구축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우당교육문화재단은 11일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에게 우당 이회영 선생의 독립 운동 정신과 평화 사상을 기리기 위한 우당특별상을 수여했다. 사진은 우당 이회영 선생. [중앙포토]

우당교육문화재단은 11일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에게 우당 이회영 선생의 독립 운동 정신과 평화 사상을 기리기 위한 우당특별상을 수여했다. 사진은 우당 이회영 선생. [중앙포토]

우당교육문화재단은 하토야마 전 총리가 우당 선생의 핵심 이념인 사해동포주의(四海同胞主義)와 평화 사상을 지향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우당특별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회영 선생의 독립운동 정신을 기리는 재단에서 일본 전직 총리의 이념과 사상을 높이 평가해 상을 수여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평화와 화합을 의미한다는 게 우당교육문화재단의 설명이다.

"日 반성 촉구한 양심적 지도자" 

이종찬 이사장은 이날 시상식에서 하토야마 전 총리를 “일본의 전전(戰前) 군국주의 정치에 대해 철저히 비판하고,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며 행동으로 보여준 양심적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하토야마 선생의 우애 정신과 평화 사상은 사해동포주의와 세계평화를 위해 분투한 우당 정신과 궤를 같이하고, 이번 우당특별상 수여는 큰 역사적 의의를 갖는다”고 말했다.

배우 정동환씨 사회로 진행된 이 날 시상식엔 정부 대표로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참석했다. 또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 문희상 전 국회의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도 자리했다. 이 전 총리는 축사를 통해 “하토야마 선생은 언제나 동북아의 안정과 세계 평화를 위한 길이라면 마다치 않고 시대의 선각자로서 용기와 결단을 보여줬다”며 “이번 우당특별상 수상은 세속적이고 정치적인 입장을 벗어던진 채 동북아의 안정과 세계 평화를 위해 정의의 편에 선 한·일 지사들의 진정한 악수”라고 말했다.

2015년 8월 서울 서대문형무소를 방문해 유관순 열사가 수감됐던 8호 감방 앞에서 헌화하는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중앙포토

2015년 8월 서울 서대문형무소를 방문해 유관순 열사가 수감됐던 8호 감방 앞에서 헌화하는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중앙포토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일본의 대표적인 지한(知韓)파 정치인으로 2015년 8월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방문해 유관순 열사가 수감됐던 감방에 헌화하고, 광장에 마련된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의 뜻을 표명했다. 2018년 11월엔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한국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일본인들은 사죄하는 마음을 항상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 발전 위해 뭐든 다 하고 싶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지난해 5월 9일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한일 관계 개선 필요성에 뜻을 모았다. 연합뉴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지난해 5월 9일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한일 관계 개선 필요성에 뜻을 모았다. 연합뉴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아 한국을 방문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하토야마 전 총리를 접견한 자리에서 “한·일 관계의 선생님이 되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하토야마 전 총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일 관계의 선생님이 되어 달라는 윤 대통령의 말을 듣고,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뭐든 다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우당교육문화재단은 신흥무관학교 설립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우당 이회영 선생의 독립운동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84년 장학법인으로 설립된 이후 생활이 열악한 독립운동가 후손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왔다. 독립선언 100주년이 되는 해인 2019년엔 독립운동 정신과 평화 사상 구현을 위해 활동한 공로자에게 수여하는 우당상과 전 재산을 독립운동에 바친 이석영 선생을 기리기 위한 영석상을 제정해 매년 시상식을 개최했다.

지난해 11월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우당 이회영 선생 순국 90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사진은 추모식에서 헌화하는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뉴스1

지난해 11월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우당 이회영 선생 순국 90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사진은 추모식에서 헌화하는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뉴스1

우당 선생 순국 90주기였던 지난해엔 우당특별상을 제정해 하토야마 전 총리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당초 지난해 12월 우당특별상을 수여할 예정이었으나, 하토야마 전 총리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시상식 일정이 이날로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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