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 이직률 1%가 안 되는 그곳…개인연금 절반 회사 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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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지난해와 올해 공채로 입사한 볼보건설기계 연구원들이 굴착기 위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최영진(작업장치팀)·손성미(프레임팀)·정수연(유압팀)·김상득(프레임팀)·문종훈(첨단기술개발센터)씨.

볼보는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 중 성공한 곳의 하나로 꼽힌다. 이 회사의 한국법인 볼보그룹코리아(옛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1998년 삼성중공업의 건설기계 부문을 인수할 당시(3700억원)에 비해 몸집이 3배로 불었다. 2000년부터 매년 흑자를 내고 있다. 볼보그룹코리아는 크게 ▶굴착기 ▶트럭 ▶엔진 및 발전기 등 3개 사업을 한다. 굴착기는 경남 창원공장에서 직접 만들고 나머지는 해외에서 수입해 판매한다. 주력 생산품목인 굴착기의 85%는 수출한다. 볼보는 99년 스웨덴 에슬뢰브에 있던 굴착기 공장을 닫고 연구.개발(R&D)센터를 창원으로 이전하는 등 한국을 명실상부한 굴착기의 글로벌 허브 생산기지로 육성 중이다.

◆유럽과 한국 문화 공존=회사엔 유럽과 한국의 문화가 공존한다. 볼보의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 때문이다. 영어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직급보다는 능력에 따라 일을 맡긴다. 유럽 경영방식이다. 직원 직급체계도 단순하다. 대리.과장.차장.부장이 없다. 팀원과 이들을 관리하는 매니저만 있다. 지난해 입사한 문종훈(29.첨단기술 연구센터) 연구원은 "의사결정이 빠르고 신입사원도 사안에 따라 언제든지 담당 임원에게 직접 보고한다"고 말했다.

근무하는 곳에 따라 출퇴근 시간이 다르다. 창원공장(오전 7시~오후 4시), 서울 사무소(오전 8시30분~오후 5시30분), 평택 교육센터와 고객지원센터(오전 8시~오후 5시) 등 사업장의 근무환경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98년 직원들이 스스로 결정했고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

하지만 급여체계와 복지제도는 한국식이다. 관리와 연구를 맡는 일부 직원을 제외하고 생산직 등 대부분 직원들은 호봉에 따라 월급을 받는다. 시간외 수당을 따로 주지 않는 연봉제가 야근이 잦은 한국의 업무 특성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복리후생은 웬만한 국내 기업보다 낫다. 무주택 직원들에게 주택자금을 빌려주고 본인과 직계 가족의 의료비, 자녀 학자금을 지원한다. 질병이나 사고에 대비한 보험도 들어준다. 개인연금 가입자에겐 회사가 보험료의 절반을 내준다. 이직률은 1%도 채 안 된다.

◆연구직 채용 많이 한다=볼보그룹코리아는 그동안 임직원 규모를 1400명 선에서 유지했다. 채용 인원을 늘리기보다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해까진 결원을 채우기 위해 한 해 약 30여 명을 충원한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턴 신입사원 채용에 나섰다. 지난달 기술개발센터를 준공해 여기서 일할 신규 연구진을 많이 뽑을 계획이다. 최근 일반 연구직 20명과 첨단기술 연구직 10명을 뽑았다. 이창식 교육.개발팀장은 "2010년까지 매년 40여 명의 연구직을 공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규 채용 인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구직은 기계공학 등 관련 전공자가 지원할 수 있다. 채용 절차는 1차 서류심사와 2차 면접으로 이뤄진다. 서류심사에선 영어점수와 사고방식, 학점 등을 주로 본다. 출신 학교나 성별은 따지지 않는다. 면접은 면접관에게 지원자의 인적 사항을 알려 주지 않는 '블라인드 테스트' 방식으로 진행된다. 즉석에서 과제를 주고 5분간 발표하도록 해 창의성과 논리 전개 능력을 살핀다. 손성미(24.프레임팀) 연구원은 "나와 함께 지원한 사람 중에는 국내에서 알아주는 대학교를 졸업했거나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나중에 보니 모두 불합격했다"며 "겉으로 드러난 능력보다는 성실성과 표현력을 중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볼보그룹코리아는

▶설립:1998년 7월(삼성중공업 건설기계사업부 인수)

▶생산품목:굴착기

▶지난해 매출:1조550억원

▶순이익:330억원

▶임직원 수:1400명

▶본사 및 공장위치:경남 창원

■ 신입사원

지난해 12월 입사한 최영진(29.사진)씨는 창원공장 연구소에서 굴착기용 작업장치를 개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굴착기엔 흙을 퍼내는 버킷, 땅에 구멍을 뚫는 해머, 건물 해체용 특수장치 등 다양한 장치가 달린다.

경북대 기계공학부를 나온 그는 입사 몇 개월 전 볼보그룹코리아 인턴을 했다. 8주간 근무하는 동안 회사 흉을 보는 직원이 한 명도 없었던 게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전 세계를 누비며 일하고 싶었던 그는 인턴 기간이 끝난 뒤 공채공고가 나자 주저 없이 지원서를 냈다.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결과까지 책임지게 하는 회사 분위기와 능력에 따라 일을 맡기는 점도 매력적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최씨는 올부터 직접 개발은 물론 전 세계 공장의 관계자들의 의견을 묶어 개발 방향을 조율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새로 맡았다. 보통 고참 과장이나 차장급에 해당하는 선배들이 하던 일이다.

최씨는 대학 때 다양한 활동을 했던 게 입사에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는 대학 때 1년간 학교 응원 동아리를 결성해 활동했다. 졸업을 앞두곤 영어 동아리에서 영어 토론과 발표연습을 많이 했다. 그는 "수동적 태도를 가진 사람보다는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기 때문에 모든 게 자기 하기 나름인 것 같다"며 "능력을 발휘해 볼보그룹 내에서 한국인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 Q & A

Q: 신입사원 급여는 얼마나 되나.

A: 공채로 뽑는 연구직은 첫해 3000만~3500만원을 받는다. 대학원 졸업 여부 등에 따라 조금 급여가 다르다. 2년차부턴 능력에 따라 연봉을 준다.

Q: 기계업종인데 여성이 불리하진 않나.

A: 전 직원 중 여성이 50여 명으로 아직 소수다. 하지만 여성 엔지니어를 많이 뽑을 예정이다. 채용이나 근무 때 성별에 따른 차별은 전혀 없다.

Q: 입사하면 모두 창원에서 근무하나.

A: 생산직과 연구직은 모두 창원에서 일한다. 관리직 중 인사.총무.홍보.정보기술(IT)지원 등은 서울 사무소에서 일한다.

Q: 창원에서 일하면 타 지역 출신을 위한 배려는.

A: 독신자 숙소와 기혼자용 사택이 있다. 공장 내 식당에서 점심은 무료, 아침.저녁은 500원에 먹을 수 있다.

Q: 신입사원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은.

A: 교육과정은 다양하다. 특히 신입사원 중 우수한 사람을 뽑아 외국에 4개월간 내보내 현지 체험을 하도록 한다. 2002년부터는 한 해 10명씩 뽑아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다니게 한다.

Q: 인턴을 하면 채용 때 도움이 되나.

A: 인턴 성적이 좋으면 남은 학기에 전액 장학금을 주고 취업도 보장한다. 올해 7명을 뽑았는데 900여 명이 지원했다.

Q: 볼보의 굴착기 부문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A: 전 세계 시장의 8%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곧 3대 메이커의 하나로 올라설 것이다.

창원=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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