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민족사』(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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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초야의 한 무명(?) 사학자로부터 책 한 권을 증정받았다. 이중재 저 『한 민족사』. 국판 3백50페이지. 우선 책 말미에 아시아 중심의 각종 고지도가 20장이나 첨부되고,여기에 일일이 저자의 육필 설명이 들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부록으로 실은 단군조선 연대표도 흥미있다. 저자는 단군조선 제1기 연대를 아득히 기원전 8936년에서 찾고 있었다. 우리 민족의 시조를 그때로 거슬러 올라가 추적한 것이다. 지금의 단기 4323년과는 무려 4천6백여 년이나 벌어진다.
『한 민족사』의 줄거리는 대충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①요 왕검은 단군조선 제3기 제1세 단군이었다. ②고구려,백제,신라는 한국땅에 없었다. 삼국은 모두 지금의 중국대륙을 무대로 활동했다. ③동유럽,소련 일부,동남아,지금의 중국,일본은 모두 한민족의 고토였다. ④한문자는 한민족의 조상이 만들었다. ⑤삼묘족은 한민족의 조상이었다.
삼묘족은 새싹이나 뿌리를 나타내는 「묘」 자에서 비롯된 말이다. 인류의 최초 발생지는 중국의 곤륜산이며,여기서 발생한 민족이 사방으로 흩어져 오늘의 세계를 이루었다. 그 아득한 시절의 묘족 주류가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수많은 나라를 세우고,결국 이들이 우리 민족의 시조가 되었다는 주장이다.
정통 사학자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필경은 이단시 할 것이다. 저자 자신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후기에 써놓았다. 그러나 저자는 중국과 일본의 사학자들에 의해 「모조리 잘려버리고 철저하게 난도질 당한」 우리의 역사를 개탄한다.
그는 우리의 상고사를 제대로 추적하려면 1만4천5백권의 고대 사서를 섭렵해야 한다는 어려움을 얘기하고 있다. 단군조선 연대표를 작성하며 상고대 이전에 있었던 1천8백국의 이름을 알아낸 일도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말한다.
국내의 어느 대학 정경학부를 수료하고,일본 어느 대학에서 다시 법학을 수료한 저자는 이를테면 비정통사학자인셈이다. 그의 주장을 믿고 안 믿고는 어느 쪽도 강요할 일은 아니다. 다만 우리는 평소 우리 민족의 우수성이나 우리 역사의 자랑스러운 면을 소홀히 다루는 듯한 역사 서술방식엔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색다른 흥미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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