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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에도 육아휴직 줘야" 목소리 높인 日저출산 전문가

중앙일보

입력

“원인을 모르겠어요.”
지난 19일 오후 일본 도쿄의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하야시 레이코 부소장은 출산율 하락에 대해 이렇게 한탄했다. 하야시 부소장은 “2005년 1.26명에서 올라갔다. 계속 올라갈 것이라 여겼다. 그러다 2016년에 다시 떨어졌다. 이런 저런 정책을 많이 시행했는데 더 떨어졌다. 열심히 정책을 해도 특정할 수 없는 이유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핀란드도 마찬가지다. (출산율 저하가) 세계적인 흐름으로 봐야 할지…”라고 덧붙였다.

하야시 레이코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부소장이 일본의 저출산 고령화 원인과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제공.

하야시 레이코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부소장이 일본의 저출산 고령화 원인과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제공.

일본의 지난해 출산율은 1.3명이다. 한국(0.81명)보다 훨씬 사정이 나은데도 우리보다 더 걱정을 많이 하는 듯했다. 일본은 출생아동이 2016년 100만명 아래로 떨어진 후 계속 줄어 지난해 역대 최저인 81만1622명으로 내려앉았다. 올해는 80만명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1989년 ‘1.57명 출산율 쇼크’를 겪은 후 30년 넘게 소자화(저출산) 대책을 시행해 왔다. 엔젤플랜·신엔젤플랜, 1~4차 소자화사회대책 등 5년짜리 대책을 6개 내놨다. 지금은 정규직 전환 지원, 결혼 지원, 일가정 양립 환경 조성, 보육시설 확충 등을 골자로 한 제4차 소자화사회대책(2020~2024)을 시행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28~21일 보건복지부 이기일 제1차관의 일본의 저출산·고령화 현장 방문에 동행했다.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는 후생노동성 산하기관이며 인구와 사회보장을 연구하고 연금재정 추계를 담당한다.

저출산 대책 효과와 관련, 모리즈미 리에 인구동향연구부제1실장은 “그간 시행한 저출산 대책 중 효과가 좋았다고 평가할 만한 게 없다. 저출산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특정하기 어렵다”며 “당연하게 여겼던 결혼·출산이 최근 5년 들어 당연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한 것 같다”고 말했다. 모리즈미 실장은 “결혼을 안 하고, 늦어진다. 2010년 이후 결혼 지원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자체에서 만남 장소를 제공하고 결혼 보조금을 지원하기도 한다”며 “지금은 교제 시점부터 지원할 지를 고민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다나베 구니아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장이 저출산 원인과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다나베 구니아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장이 저출산 원인과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다나베 구니아키 소장은 “한국과 일본 모두 인구 감소 현상을 겪고 있어 사회보장(연금·건강보험 등) 유지에 어려움이 있다”며 “일본 출산율이 조금 나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좋게 평가할 게 못 된다. 우리가 30년 저출산 대책을 시행했는데, 이제야 실효성을 약간 느낄까 말까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다나베 소장은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일가정 양립이 중요한데, 정규직 사원이나 안정된 직장을 가진 사람에게만 적용된다. 지금처럼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는 사람은 적용되지 않는다. 이들에게 육아휴직을 적용하도록 (제도가) 크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나베 소장은 “사회보장·육아 등에 대해 전 세대가 같이 지지해야 한다. 고령자 대책을 시행하면서 20여년 동안 재정 지출이 5배가 됐지만, 저출산에는 돈을 따로 마련한 게 없다”며 “고령자가 육아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출산 가정의 부담을 덜기 위해 출산수당을 42만엔(398만원)에서 50만엔(474만원)으로, 육아지원금을 2배로 올리자는 의견이 나온다고 한다. 육아지원금 등에 필요한 재원을 고령자의 건강보험료를 올려 마련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또 내년 4월 총리 직속 아동가정청을 신설한다. 후생노동성의 가정교육, 문부성의 유치원 교육, 내각부의 양육 등 흩어진 아동 관련 업무를 통합하기 위해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다나베 소장은 “출산수당이 많은지 적은지 논란이 있지만, 턱없이 적다고 본다”며 “지원금을 올리려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논의해야 하는데, 말만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하야시 부소장은 “한국은 보육시설이 많이 발전해 남는다고 들었다. 일본은 대기아동 수가 많다”며 “저출산 대책을 아무리 연구해도 출산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아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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