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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조작 의혹 관련 ‘학현학파’ 주목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19호 05면

홍장표

홍장표

감사원의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의혹 조사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학현학파’가 재조명되고 있다. 감사원 조사를 받았거나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강신욱 전 통계청장과 홍장표(사진)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학현학파로 분류되는 학자들이라서다. 학현학파는 소득 재분배와 균형적인 경제 발전을 강조해 온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의 경제 이론을 따르는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들 모임이다. ‘학현(學峴)’은 변 교수의 아호다.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해직된 변 교수가 2년 뒤인 1982년 문을 연 ‘학현연구실(서울사회경제연구소 전신)’이 요람 역할을 했다. 학현학파는 서강학파·조순학파 등과 함께 한국 경제학계의 3대 학파 중 하나로 불렸다.

학현학파 인사들은 보수 정부에서 외면당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주요 보직을 꿰차며 주류가 됐다. 홍 전 수석과 강 전 청장뿐 아니라 박복영 전 대통령 경제보좌관과 이근·이제민 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등이 학현학파로 분류된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 드라이브를 걸며 학현학파의 입김은 더욱 세졌다.

감사원은 학현학파의 끈끈한 인맥이 문재인 정부 통계에 미친 영향을 의심하고 있다. 특히 홍 전 수석과 강 전 청장의 관계를 면밀히 살펴보는 중이다. 하위 20%의 소득이 역대 최대 폭으로 하락해 ‘소주성’에 직격탄을 날린 2018년 5월 1분기 가계동향조사 발표 직후 홍 전 수석이 강 전 청장에게 관련 통계 분석을 맡겼고 3개월 뒤인 그해 8월 강 전 청장이 신임 통계청장에 임명됐기 때문이다. 이후 강 전 청장은 가계동향조사 조사 방식을 2020년 1분기부터 변경했고 이전 조사 방식보다 소득분배 지표가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일각에선 학현학파를 둘러싼 논란이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있다. 한 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학현학파는 특정 이론을 따르는 학파라기보다 진보적 연구를 하는 교수들의 네트워크”라며 “통계 조작과는 거리가 먼 연구자들일 뿐”이라고 말했다. 홍 전 수석과 강 전 청장은 통계 조작 의혹과 관련한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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