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파월 매파 발언에도…"내년 말 금리인하" 美시장 기대감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내년 금리 인하는 없다”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강경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에도 시장은 쉽게 믿지 않는 눈치다. Fed가 내년에 기준금리를 5% 이상으로 끌어올리더라도 막상 본격적인 경기 침체기가 찾아오면 백기를 들 수밖에 없다는 예상에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19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Fed가 내년 2월과 3월 각각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밟고 기준금리 상단을 5%로 끌어올린 뒤 금리 인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봤다. 이후 5% 수준을 유지하다 이르면 9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해 내년 말이 되면 지금과 같은 4.5% 수준으로 되돌아올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5일 열린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파월 의장이 ‘내년 말까지 5% 이상의 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혔지만, 시장은 Fed가 결국 내년 하반기부터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상반된 기대감을 품고 있는 것이다.

이는 파월 의장이 시장의 통화완화 기대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강경 발언을 내놨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내년 미국에 경기 침체가 찾아와 실업률이 급증하면 Fed가 희생을 감수하고 고금리를 이어가기 힘들 것이라는 인식도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물가의 고점은 확인했고, 경기 침체 우려도 높은 만큼 시장은 Fed가 결국 스탠스를 바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지난달 100만 달러 이상 투자 자산을 보유한 미국인 761명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백만장자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56%가 내년 S&P500지수가 10%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뉴욕 증시도 최근 4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했다.

빌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빌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하지만 Fed가 ‘금리 인하’ 카드를 결코 꺼내 들지 않을 것이란 강경론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빌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투자자들은 Fed를 믿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제목의 블룸버그 기고문을 통해 “시장은 실업률이 높아지는 즉시 Fed가 항복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Fed는 성장을 늦추고 실업률을 높이고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필요한 어떤 것도 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며 “만약 시장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Fed는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강제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통화 완화 정책을 꿋꿋이 고집하던 일본이 사실상의 금리 인상을 단행한 점도 세계 경제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본은행은 20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는 시장의 예상대로 -0.1% 수준을 동결했지만, 장기(10년물 국채) 금리 변동 허용폭 상한을 기존의 0.25%에서 0.5%로 높이기로 했다. 미일 금리 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엔화 가치가 폭락하고 40년 만의 기록적인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자 정책 선회를 추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0년간 재임해온 구로다 하루히코 현 일본은행 총재까지 내년 4월에 교체되면 일본도 본격적인 통화 긴축 행렬에 동참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