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명의 임차인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빌라왕’ 사건과 관련, 정부가 피해자 지원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다. 정부는 임대인 사망으로 채무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피해자들이 보증금을 신속하게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빌라왕 사망에 법무부, 피해 지원 TF 첫 회의
20일 법무부와 국토교통부는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전세 사기 피해 임차인 법률지원 합동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는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과제 점검 회의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법률지원을 약속한 데 따른 후속 조치 성격이다. 경찰청,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를 비롯해 민간 자문가가 참여한다. ‘빌라왕 사건’ 피해자들이 보증금을 신속히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TF 회의의 초점이다.
앞서 지난 10월 12일 빌라와 오피스텔 1139채를 소유·임대하던 ‘빌라왕’ 김모(42)씨가 숨지면서 임차인 최소 200여명이 전세 보증금을 되돌려 받지 못한 상황에 부닥쳤다.
한정승인? 상속포기? 애타는 피해자들
대다수 피해자는 HUG 등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했지만, HUG는 보증금을 내어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임대인이 사망한 경우 재산 처분을 위해 상속인이 설정될 때까지 기다려야 해서다. 더욱이 김씨의 경우 종합부동산세만 62억원을 체납한 상태여서 선순위 상속자인 김씨의 노부모가 한정승인(상속받은 재산 규모에 한해서만 채무를 변제)하거나 상속 포기를 할 가능성도 있다.
한정승인의 경우 법원이 자산·부채 규모나 계약 관계 등을 일일이 따져야 하고, 상속 포기를 할 경우 상속권이 김씨의 형제·자매, 4촌 등으로 넘어간다. 어느 쪽이든 피해자들이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할 처지다. 이번 사건 이전에도 부동산 경기 부진과 맞물려 전세 사기에 따른 피해자 급증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실제 HUG가 전세 사기로 임대인을 대신해 임차인에게 대신 변제한 전세보증금 규모는 2018년 583억원에서 지난해 5040억원으로 8.6배 늘었다.
법률홈닥터, 마을변호사 상담받으세요
정부는 빌라왕 사건과 관련해, 임대인 사망에 따른 상속절차가 원활히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또 피해자들이 법률 상담이나 소송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법률홈닥터 홈페이지에서 상담을 신청하거나 읍‧면‧동 사무소를 통해 지역별 마을변호사에게 연락해 상담하는 식이다.
권순정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은 “TF에서 복잡한 법률 쟁점들을 신속히 검토하고, 소송구조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제도적 미비점들이 확인되면 제도개선 방안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