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003 중앙일보 서울국제마라톤] 올 국내 최고기록 나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파벨 로스쿠토브(34.에스토니아)가 중앙일보 서울 국제마라톤대회에서 대회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로스쿠토브는 2일 잠실종합운동장 앞에서 출발해 판교를 돌아오는 42.195㎞ 풀코스에서 벌어진 2003 중앙일보 서울 국제마라톤에서 2시간9분15초로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로스쿠토브는 35㎞ 지점 이후 3백m 이상 달아났던 선두그룹을 따라잡는 역전극을 펼치면서 대회 최고기록(2시간9분46초)을 31초 앞당겼다. 로스쿠토브는 우승트로피와 상금 5만달러(약 6천만원)를 받았다.

2위는 삼성전자 소속 존 나다사야(탄자니아.2시간10분13초)가, 3위는 윌슨 온사레(케냐.2시간10분55초)가 차지했으며 한국 선수로는 김이용(30.구미시청)이 2시간13분5초(5위)로 골인했다. 여자부에서는 근래 보기 드문 접전 끝에 정윤희(21.도시개발공사)가 올시즌 한국 여자마라톤 최고기록인 2시간30분50초로 1위를 차지했다. 정윤희와 2위 채은희(코오롱.2시간31분38초)는 올림픽 기준 기록(2시간32분0초)을 통과해 내년 아테네 올림픽 마라톤 출전 자격을 얻었다.

대한육상연맹은 "5회째를 맞은 중앙일보 서울 국제마라톤이 남녀부 모두 시즌 최고 기록을 내면서 국내 최고 마라톤대회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남자부는 결승선을 불과 7~8㎞ 남기고 반전을 거듭한 올시즌 국내 마라톤 최고의 명승부였다. 로스쿠토브는 35㎞ 이후 다이내믹한 폼으로 역주를 거듭, 자신의 생애 최고기록(2시간8분53초)에 불과 22초 못 미치는 좋은 기록으로 나다사야와 온사레를 제쳤다. 흐리던 하늘은 출발시간이 되자 밝아졌고, 아파트촌을 뒤덮었던 엷은 안개도 걷혀갔다. 33㎞ 지점을 지날 무렵 선두는 온사레였다.

온사레는 나다사야를 3백여m나 앞섰고, 로스쿠토브는 나다사야보다 4백여m나 처져 순위는 거의 정해진 듯했다. 주관방송사인 KBS-TV는 대회를 앞두고 미리 준비해 두었던 인터뷰 화면을 내보냈다. 온사레는 인터뷰에서 "35㎞를 지날 때 승부가 결정될 것이며 나는 우승하기 위해 무얼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뷰 화면이 사라지자마자 파란이 시작됐다.

온사레의 예상대로 승부처는 35km 지점이었지만 월계관의 주인은 온사레가 아니었다. 35.2㎞ 지점에서 로스쿠토브가 나다사야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설 즈음 온사레는 갑자기 배를 쓰다듬으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로스쿠토브는 35.7km 지점을 지날 즈음 온사레마저 제쳤다. 순식간이었다. 38㎞를 지나자 로스쿠토브가 독주를 시작했다. 거의 포기하는 듯했던 나다사야가 힘을 짜내 온사레를 제치고 2위 자리를 굳혔다.

한국의 기대주 김이용은 20㎞ 지점을 지나면서 선두권에서 탈락해 아쉬움을 남겼으나 막판에 분전해 체면을 세웠다.

성호준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ts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