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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0억 상속 받았던 하와이 '마지막 공주', 96세로 별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하와이의 '마지막 공주'가 11일(현지시간) 96세의 일기로 별세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12일 별세한 하와이 왕국의 마지막 공주 애비가일 카와나나코아(96). AP=연합뉴스

12일 별세한 하와이 왕국의 마지막 공주 애비가일 카와나나코아(96). AP=연합뉴스

하와이 호놀룰루 이오라니 궁전은 12일 성명을 통해 하와이 주민들이 '마지막 알리'라고 부르는 애비가일 키노이키 케카울리케 카와나나코아 공주가 전날 유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택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알리'는 하와이에서 옛 왕족을 일컫는 말이다. 이오라니 궁전은 카와나나코아 공주가 생전 거주한 곳이지만 건물 대부분을 박물관으로 쓰고 있다.

고인의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와이 현지 매체들은 그가 최근 건강이 악화됐다고 전했다.

카와나나코아 공주는 현재로선 공식적인 왕족은 아니지만 미국이 1893년 하와이 왕국을 무너트리기 전까지 섬을 통치한 왕실 가문 출신이다. 때문에 하와이 원주민 사이에선 그를 원주민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인물로 여겨졌다.

고인의 외증조부는 하와이에서 설탕 농장으로 재산을 모아 한때 하와이 땅을 가장 많이 소유했던 아일랜드 출신 사업가 제임스 캠벨이다. 캠벨의 딸인 애비가일 와히카 아훌라 캠벨이 데이비드 카와나나코아 왕자와 결혼했고, 그들의 딸인 리디아와 남편 윌리엄 엘러브록 사이에서 마지막 왕족인 애비가일이 태어났다.

애비가일은 원래 아버지인 엘러브록의 성을 따랐으나, 외할아버지인 데이비드 카와나나코아 왕자가 사망한 뒤 외할머니가 그를 입양했다. 입양을 통해 왕족의 성을 갖게 된 뒤 공주로서의 지위가 강화됐다.

외증조부로부터 2억1500만 달러(약 2800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물려받은 고인은 이를 하와이 원주민을 위해 사용했다. 원주민 학생을 위한 장학사업을 벌이는 한편 호놀룰루 철도 수송 계획 반대, 마우나케아산 천체망원경 건립 공사 저지, 전임 왕족의 장신구 등 유품 전시 등에 거액을 출연했다.

자쉬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카와나나코아 공주는 위엄과 겸손으로 그가 어루만진 모든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했고, 전임 '알리'들과 마찬가지로 하와이 주민들에게 영원한 유산을 남겼다"고 말했다.

그린 주지사는 오는 18일 저녁까지 조기를 게양하라고 지시했다. 하와이 제도에는 19세기 초 카메하메하 왕조에 의해 단일 왕국으로 통합되기 전까지 섬마다 부족과 추장이 따로 존재했다. 하와이는 1898년 미국에 병합된 뒤 1959년 미국의 50번째 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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