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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큰손들, Fed 피벗에 베팅했다"…강달러 시대 저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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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 앞 월스트리트 표지판. AFP=연합뉴스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 앞 월스트리트 표지판. AFP=연합뉴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고강도 통화 긴축을 이어가는 상황에서도 6000조원이 넘는 자산을 굴리는 뉴욕 월스트리트의 큰 손들이 이른바 ‘Fed 피벗(pivot·정책 선회)’ 시나리오에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라는 희망적 전망에서다. 올해 세계 경제를 집어삼킨 ‘강달러’ 현상도 약해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약 4조8000억 달러(약 600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뮤추얼펀드와 헤지펀드 등 투자자들이 최근 공업·원재료·에너지 등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렸다고 분석했다.

이들이 투자한 분야는 모두 경기 영향에 민감한 종목이다. Fed 피벗 시나리오를 전제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짠 것이다. WSJ는 “인플레이션 냉각, 금리 하락, 미국 경제의 불황 회피 등이 이뤄져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주식”이라며 “미국이 깊고 장기적인 경기 침체, 즉 ‘경착륙’을 피해야 베팅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Fed의 매파적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경계심이 시장에 만연한 데도 소위 ‘큰 손’들이 반대로 베팅한 것은 최근 나타나는 물가 둔화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Fed가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6월 전년 대비 9.1% 오르면서 4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이후 7월(8.5%), 8월(8.3%), 9월(8.2%), 10월(7.7%)을 거치며 꾸준히 낮아졌다. 케이티 닉슨 노던 트러스트 웰스 매니지먼트 투자 분야 대표는 "미국 경제가 급격한 경기 침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달러인덱스도 하락세…“유로·엔 회복될 듯”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에 따라 월스트리트에선 올해 세계 경제를 강타했던 ‘강달러 시대’도 저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올해 Fed 긴축에 고공상승했던 달러 가치가 점차 하락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캐리 크레이그 JP모건 전략가는 “달러는 올해 봤던 것처럼 한 방향으로 직진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유로나 엔 등 다른 통화가 회복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요 6개국 통화와 비교한 달러인덱스(달러지수)는 9일(현지시간) 기준 104.81로, 지난 9월 정점(114.10) 대비 8% 이상 떨어졌다. 원화가치도 지난 1일 넉 달여 만에 달러당 1200원대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이런 시나리오가 실현되기 위해선 과열된 미국의 고용 시장이 진정한다는 전제가 성립해야 한다. 11월 미국 실업률은 3.7%로, 역대 최저치였던 지난 9월(3.5%)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평균 시간당 임금도 1년 전보다 5.1% 증가하면서 시장 전망치(4.6%)를 상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롬 파월 Fed 의장도 지난달 30일 가진 연설에서 현재 미국의 임금 수준이 지나치게 높아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주 슈퍼 위크…주요 경제지표 봇물

월스트리트는 ‘슈퍼 위크’라 불릴 정도로 주요 경제 지표가 쏟아져 나오는 이번 주가 Fed의 향후 움직임을 좌지우지할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13일에 11월 CPI 상승률이 발표된다. 만일 전문가 전망치(7.3%)대로 올 7월부터 이어진 일관된 둔화세가 나타난다면 Fed 피벗론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 앨리의 브라이언 오버비 수석시장전략가는 “시장은 CPI의 방향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올바른 방향(인플레이션 둔화)으로 가고 있다면 (둔화 폭) 수치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

제롬 파월 Fed 의장

오는 13~14일엔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린다. 이번 FOMC에서 Fed가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는 것은 이미 확실시된 상황이다. 시장은 FOMC에서 공개될 새 점도표(Fed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와 경제 전망 변화, 그리고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는 15일엔 유럽 중앙은행(ECB)과 영국 중앙은행(BOE)도 각각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조정할 예정이다. 앞서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던 이들 중앙은행은 유럽 물가가 진정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빅스텝으로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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