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만사태는 미 경제 회복에 도움”/일부 전문가 군수경기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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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부시 증파 발표로 주가 상승세
쿠웨이트사태 발발로 곤두박질만 하던 미국의 주가가 11월 들어 소폭이나마 상승국면을 보이자 이번 이라크와의 갈등도 다른 전쟁때와 마찬가지로 미국 경제를 회복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측들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페르시아만 미군 병력을 두배로 증강시키겠다는 발표로 전쟁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는데도 주가는 계속 상승국면을 타고 있어 이것은 전쟁과 경기의 밀접한 함수관계를 나타내 주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8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뉴욕 주식시장의 다우주가지수는 2천9백대에서 2천5백 이하로 무려 4백포인트나 빠졌다.
이후에도 위기를 고조시키는 발표가 있을 때마다 부침을 거듭해 10월 중순에는 2천4백 이하로까지 폭락했다.
이렇게 하향곡선만 그리던 주가가 부시 대통령의 증파발표 직후 다시 상승국면을 되찾아 14일의 경우 2천5백50까지 회복했다.
주가가 이렇게 상승국면으로 접어들자 분석가들은 『이번 페르시아만사태도 장기적으로는 주가상승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2차대전 당시 일본이 진주만을 폭격한 뒤 일본에 전황이 유리했던 초기 6개월동안의 미 주가는 20%나 급락했으나 2차대전 말에는 이를 모두 회복하고 전쟁 전보다는 주가가 77%나 올랐다.
한국전쟁 때도 마찬가지였다.
전쟁 첫날 주가가 4.6% 떨어지며 첫 3주까지 12% 떨어졌으나 한국전쟁이 미국 경기에 불을 붙여 전쟁 막바지에는 주가가 두배이상인 1백44%나 올랐다.
월남전 때도 통킹만 사건때 1.2%가 떨어졌으나 그후 18개월동안 21%나 올랐다.
자본주의가 주기적으로 겪는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품을 소비할 수 있는 전쟁이 필요하며 이 전쟁을 통해 또다른 수요를 창출한다는 제국주의 이론의 가설이 이번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되는 주장도 있다.
즉 이번 페르시아만사태는 원유가 걸려 있는 만큼 전쟁이 발발할 경우 원유생산에 막대한 지장을 가져와 세계는 경기회복이 아니라 깊은 불황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태의 성격상 수요를 창출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과거 2차대전ㆍ한국전쟁 등은 비행기ㆍ전함ㆍ야포 등 방대한 군수산업을 일으켰으나 이번 페르시아만사태에서는 그같은 새로운 생산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낙관론자들의 주장은 또 다르다.
비록 이번 페르시아만 사태가 원유생산과 결부돼 있기는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면 원유생산에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즉 지하에 매장된 원유는 변동이 없으며 파괴된 시추시설은 곧 복구될 수 있기 때문에 전쟁발발 초기의 타격만 극복하면 원유생산은 문제거리가 안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장기적인 투자를 원할 경우 이번이 오히려 기회가 된다고 주식 구입을 권장하기까지 하고 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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