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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조직' 다이어트 한다는데…되레 인력 늘리는 부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아라마리나에서 열린 2022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비행시연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UAM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아라마리나에서 열린 2022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비행시연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UAM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정부가 비대해진 공무원 조직의 ‘군살 빼기’에 나선 상황에서 오히려 없던 조직을 신설하거나 규모를 키우는 부처도 있다. 미래 산업을 육성하고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기 위해서다.

1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는 20개 부처의 직제를 개정하고 이달 말까지 해당 부처의 공무원 인력·기구를 재정비하고 있다. 현재 공무원 인력 규모(116만2597명)는 건국 이래 최대다. 지난 정부 5년 동안 12만4921명의 공무원 인력이 순증하면서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그동안 인력을 지속해서 증원하면서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행정 비효율을 초래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며 “정부 전 분야에 걸쳐 인력 효율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차세대 먹거리 산업, 공무원도 늘려 

주요 부처 직제 개정. 그래픽 박경민 기자

주요 부처 직제 개정. 그래픽 박경민 기자

이런 인력 감축 기조 속 산업통상자원부는 국장급 조직인 원전전략기획관을 새롭게 설치한다. 정부 핵심 어젠다인 원전 수출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임기 내 원전 10기를 수출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그 사이 성과도 있었다. 8월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사업을 수주했다.

원전전략기획관은 2024년까지 운용되는 한시 조직이다. 행안부는 이와 관련 “원전 수출에 필요한 목표 설정 기한 등을 고려해 일단 2년 동안 한시 조직으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1000디르함권 신권 도안에 포함된 한국형 원전단지. [사진 UAE중앙은행 캡쳐]

아랍에미리트(UAE)의 1000디르함권 신권 도안에 포함된 한국형 원전단지. [사진 UAE중앙은행 캡쳐]

이번 직제개편은 급변하는 모빌리티산업도 뒷받침한다. 국토교통부의 모빌리티자동차국이다. 한국은 비교적 단기간에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이 될 정도로 성장했으나 현재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필두로 환경이 빠르게 변화 중이다. 한순간에 뒤처질 수 있단 의미다.

그간 국토부 자동차정책관은 주로 내연기관 차량을 중심으로 수직계열화한 자동차 산업을 담당했다. 새로운 모빌리티자동차국은 차량부터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운송 수단을 관리한다. 또한 자율주행차·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이동수단과 이와 연관된 정보통신(IT)·인공지능(AI) 기술개발 등도 정책적으로 관리한다.

제현탁 행안부 경제조직과장은 “이동수단별로 분절된 교통 체계를 넘어서서 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될 모빌리티 시대에 관련 제도도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며 “모빌리티 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 혁신과 실증·시범사업 지원, 선제적 인프라 확충 등을 추진하기 위해 관련 인력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행안부·외교부·농림부, 과학 기반 조직 신설

정부청사관리본부가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소화기 및 옥내 소화전 사용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정부청사관리본부가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소화기 및 옥내 소화전 사용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과학 기반 국정 운영도 이번 부처 내 조직개편에 반영했다. 정부는 과학기술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재난·안전 분야의 중요성이 대두하면서 행안부는 재난안전데이터과를 신설한다.

해당 과는 현재 재난 관리 책임 기관별로 분산·관리 중인 데이터를 수집·연계하고, 이를 국민·기업에 공개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AI·빅데이터를 분석해 재난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의사결정 지원 서비스도 개발·제공할 계획이다.

외교부도 과학기술 협정 업무를 수행할 과학기술규범과를 내년 초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식량정책실을 신설한 배경 역시 미래 재난 대비라는 측면에서 궤를 같이한다. 향후 공급망 불안이나 기후재난 등이 발생해 안정적으로 먹거리를 공급하지 못하는 사태를 예방한다.

농산업정책과를 스마트농업정책과로, 종자생명산업과를 첨단기자재종자과로, 식품산업정책과를 푸드테크정책과로 변경한 이유다. 제현탁 과장은 “농업 부가가치를 높이고 스마트농업·푸드테크 기술을 확보해 식량 안보 경쟁력을 육성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미시적 조정 그친 부분은 아쉬워"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모빌리티자동차국처럼 4차 산업혁명 관점에서 미래 지향적 이슈를 담아낸 긍정적인 조직 개편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미시적 조정에 그친 부분은 아쉽다”며 “이번 직제개정안을 계기로, 국회에서 법률을 바꿔 여성가족부·통일부·농림축산식품부 등 기능이 쇠퇴하는 일부 부처를 재조정·축소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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