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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액 찍은 韓 수출, '역성장 유력' 내년이 본격 고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9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서 화물차들이 컨테이너를 나르고 있다.  뉴스1

9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서 화물차들이 컨테이너를 나르고 있다. 뉴스1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역대 연간 최고액을 기록했다. 올해 무역은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지만, 수출 역성장 전망이 쏟아지는 내년이 본격적인 고비로 꼽히고 있다. 경기 침체 조짐이 뚜렷해진 상황에서 정부는 '수출 드라이브'에 나설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0일 7시4분을 기점으로 올해 수출액이 기존 최고 실적인 6444억 달러(지난해)를 넘어섰다.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년 연속 수출 기록을 경신했다. 아직 연말까지 20일가량 남은 만큼 산업부는 연간 수출액이 68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지정학적 위기를 비롯해 글로벌 경기 둔화, 에너지 가격 급등 같은 악재가 쏟아졌다. 그러나 한국의 무역 수치는 역대 최고치를 찍은 무역적자를 제외하면 괜찮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연간 무역 규모 1조 달러는 9월 14일에 달성하면서 역대 최단기(256일)를 기록했다. 수출 순위도 세계 7위에서 6위로 한 계단 올랐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하지만 내년이 무역 전선의 고비가 될 거란 신호도 빠르게 늘고 있다. 4분기 들어 수출 내림세가 뚜렷해진 게 대표적이다. 10월(-5.7%)과 11월(-14%)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번 달도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등의 여파로 실적 전망이 잔뜩 찌푸려 있다. 미국 등 주요국의 긴축 정책, 전 세계적인 수요 감소 등은 나아질 기미 없이 수출 확대를 가로막고 있다.

각 기관도 부정적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내놓은 2023년 경제·산업 전망에서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약 3.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 수요 위축, 반도체 부진 심화 등을 이유로 짚었다. 무역수지도 266억 달러 적자로 전망했다. 한국무역협회도 1일 발표한 전망 자료를 통해 내년 수출이 4% 줄어들고 138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 경제 하방 우려가 커지면서 수출입 모두 줄어들 거란 분석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수출이 반등하려면 주력 시장인 반도체·중국 경기 등이 살아나야 하지만 여전히 전망은 어둡다. 산업연구원(-9.9%), 무역협회(-15%) 모두 내년 반도체 수출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봤다. 코로나 특수가 사라진 데 따른 IT 수요 감소, 수출 단가 하락 등이 겹친 탓이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후폭풍에서 빠르게 벗어날지가 불확실하다. 미국 등의 금리 인상 속도도 수출 회복의 큰 변수로 꼽힌다.

수출이 흔들리면 경상수지, 기업 생산 등 경제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기획재정부가 "아직 구체적 내용은 결정된 바 없다"고 했지만,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선 수출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 기업 투자 등에 힘을 실어주면서 수출 반등도 모색할 수 있는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경제 위기이고 (상황이) 어렵다. 기업 경쟁력에 좀 더 유리한 여건 만들어주고, 거기서 일자리 생기고, 수출되도록 하고, 경제 선순환되도록 하는 게 경제 운용의 정도"라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지난달 수출전략회의에서 6대 시장별 맞춤형 전략을 제시하는 등 수출 활력 제고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올해 정책 기조가 인플레이션 억제였다면 내년은 수출 증대 등 경기 연착륙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 정부가 기업 투자 촉진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 수출을 끌어올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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