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기세척기에 음식을 넣은 엄마....치매 환자를 존중하려면[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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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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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의 모든 것
휘프 바위선 지음
장혜경 옮김
한지원 감수
심심

치매는 '세기의 질병'이다. 초고령화 시대의 대표 질병이라는 뜻이다. 책을 감수한 한지원 서울대 분당병원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80세 이상 치매 유병률은 2021년 기준 20.89%나 된다. 나이 들면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이 비율은 갈수록 높아진다. 죽음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처럼, 주변에 치매 환자가 있든 없든 읽어둘 만한 책이다.

 제목대로 치매의 원인·종류 등 기초 임상 지식부터 환자 대하는 법, 간병 가족의 심리 상태까지 한 권에 담았다. 치매를 다룬 문학작품이나 간병 기록을 풍부하게 제공한 것도 특징이다. 치매 환자와 가족이 실제로 맞닥뜨리는 감정 체험을 실감 나게 전한다.

 그런 실례 가운데 '모러'(236~237쪽)의 이야기가 가장 강렬했다. 도서관에서 하루를 보낸 아들이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엄마를 찾아갔다. 황새치가 맛있어 보였으나 차가웠다. 엄마가 음식을 데우러 간 사이 아들은 옆에 놓인 뉴욕타임스를 읽는다. 읽을거리까지 챙긴 엄마의 배려다. 그런데 엄마가 오지 않는다. 부엌에 가봤더니 엄마가 식기세척기 앞에서 당황한 모습이다. 식기세척기 문을 열었더니 황새치와 감자 퓌레가 물을 홀딱 뒤집어쓴 채 놓여 있다.

 이 장면에서 이 책의 가장 값진 교훈이 나온다. 아들도 물론 당황했다. 엄마가 식기세척기를 전자레인지로 여긴 것이다. 아들은 숨을 크게 들이쉰다. 그리곤 이렇게 말한다. "이 기계 진짜 짜증 나네. 그치 엄마? 나도 작동법을 모르겠어." 치매 어머니의 체면을 살려준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치매 환자도 정상인과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 심장은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억이 사라져도 직관이나 자존심은 끝까지 남는다. 존중받고 싶어하고 인정받기 위해 정상인의 시각으로는 무익한 일을 반복한다. 남의 시선 때문에 괴로워한다. 이런 사정이 책의 4장 '잃지 않는 것'에 소상하게 나온다.

 그렇다면 가족이 할 일은 명확하다. 환자의 감정을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책의 후반부가 그에 관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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