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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 학생 병원서 시험, 함성 대신 엄지 '척'…차분히 입실한 수험생들·부모는 간절한 기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7일 오전 7시30분쯤 충남 서산시 서산여고 교문 앞에서 여학생들이 학생들은 ‘수능 대박’이라는 응원 메시지를 붙인 초콜릿을 선배들에게 주며 응원했다. 학부모들은 자녀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하고 한참이나 서 있었다. 언니와 함께 조카를 응원하기 위해 나왔다는 한 여성은 용돈이 담긴 봉투를 건네며 어깨를 토닥여주기도 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오전 울산 남구 울산여자고등학교에서 경찰관들이 입실하는 수험생을 응원하고 있다. 뉴스1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오전 울산 남구 울산여자고등학교에서 경찰관들이 입실하는 수험생을 응원하고 있다. 뉴스1

2023학년도 대입 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전국 시험장에서는 대규모 응원이나 큰 함성, 손팻말 대신 조용한 응원으로 수험생을 격려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세 번째 치러지는 수능이지만 시험장에서는 긴장감은 여전했다. 응원에 나선 후배들은 “준비한 만큼 잘 보세요”라며 손을 흔들고 눈인사를 나눴다. 학부모와 교사들도 제자와 자녀가 긴장을 풀고 시험을 잘 치를 수 있도록 응원했다.

선배들 응원한 고2 학생 "내년에는 정상 기대" 

대전 둔산여고 앞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차 대신 일부러 아이와 함께 걸어 왔다. 오는 내내 손을 꼭 잡고 준비한 대로만 잘 치르면 된다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 학부모는 딸이 교문 안으로 들어가자 “우리 딸, 파이팅”이라고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대전 만년고 정문에는 후배들이 삼삼오오 모여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선배들에게 엄지를 치켜세우며 응원을 보냈다. 자신을 2학년이라고 소개한 한 학생은 “코로나19 때문에 고생한 선배들이 무사히 수능을 마치기를 바란다”며 “내년에는 정상적으로 수능을 치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오전 대구시 수능시험장인 대륜고등학교로 수험생들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오전 대구시 수능시험장인 대륜고등학교로 수험생들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수능이 치러진 전국 시험장에선 수험생을 도운 다양한 사연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7시57분쯤 전북 전주시 완산구의 한 교차로에서 한 수험생이 “시험시간이 촉박하다”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마감을 불과 10여 분 남긴 상황으로 경찰은 순찰차를 이용, 3km 정도 떨어진 시험장까지 수험생을 긴급하게 수송했다. 전북에선 이날 6건의 지원 요청이 접수돼 모두 무사히 수송을 마쳤다고 한다.

울산 경찰, 순찰차로 수험표 전달

울산에선 수험생이 잃어버린 수험표를 경찰이 대신 전달, 무사히 시험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날 오전 8시쯤 울산시 울주군의 교차로에서 한 여성이 경찰 순찰차를 보고 급하게 달려왔다. 여성은 “아이를 방금 시험장에 내려줬는데 와서 보니 차 안에 수험표가 떨어져 있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은 어머니를 순찰차에 태우고 5분 만에 5㎞쯤 떨어진 시험장까지 달려가 무사히 수험표를 전달했다.

박윤봉 수능 출제위원장(충남대)이 1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방향을 설명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박윤봉 수능 출제위원장(충남대)이 1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방향을 설명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부산에서도 수험생들이 경찰과 시민 도움으로 무사히 고사장에 입실했다. 입실 마감을 1분 앞둔 오전 8시9분쯤 부산시교육청 23지구 제1시험장이 마련된 부흥고 정문에서 한 학부모가 “자녀가 시계를 가져오지 못했다. 내 시계는 스마트워치라 안 된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마침 현장에 있던 해운대경찰서 재송지구대 경찰관이 자신의 시계를 벗어 정문 쪽으로 나온 수험생에게 전달했다.

부산에선 난치병 여고생 병원서 시험 

부산에선 희귀 난치병을 알고 있는 여고생이 고신대병원에서 수능을 치렀다. 해당 고사장은 교육 당국과 병원이 여고생을 위해 특별히 만든 곳이다. 여고생을 위해 부산교육청은 감독관 2명과 경찰관 2명, 장학사 1명을 특별히 파견했다. 이 여고생은 3살 때 ‘장쇄 수산화 탈수소효모 결핍증’이라는 희귀 난치병 진단을 받은 뒤 치료를 받아왔다.

2023학년도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오전 세종시의 한 시험장에서 관계자들이 시험지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 세종교육청]

2023학년도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오전 세종시의 한 시험장에서 관계자들이 시험지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 세종교육청]

충북 56시험지구 제18시험장인 진천고 앞에서는 교사 10여 명과 학부모들이 주먹 인사를 나누며 수험생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예년보다 쌀쌀한 날씨는 아니지만 작은 담요나 핫팩을 들고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학생들도 있었다. 응원을 나온 송기섭 진천군수는 “긴장하지 말고 그동안 노력을 후회 없이 발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학부모들 "긴장하지 말고 실력 발휘"

경기도에서도 이날 수험생 수송 요청 등의 신고가 잇따랐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까지 접수된 신고는 130건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수험생 수송과 교통상담으로 “아이가 수험표를 놓고 갔다”는 신고도 접수됐다. 경찰 관계자는 “관내 고사장에서 특별한 사건·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시험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17일 오전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장인 대구 수성구 덕원고등학교 앞에서 학부모들이 시험장 안으로 들어가는 수험생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장인 대구 수성구 덕원고등학교 앞에서 학부모들이 시험장 안으로 들어가는 수험생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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