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말 바루기] 왜 ‘처녀김치’는 없나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어느덧 김장철이 다가왔다. 김장은 평균 기온이 섭씨 4도 이하로 유지될 때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김치는 배추김치뿐 아니라 무김치·파김치·열무김치·오이김치 등 종류가 다양하다. 그중에는 총각김치도 있다. 손가락 굵기만 한 어린 무를 잎과 줄기째 양념에 버무려 담근 김치가 총각김치다.

그런데 이 ‘총각김치’ 얘기를 할 때면 왜 하필이면 ‘총각’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또 총각김치가 있으면 ‘처녀김치’도 있을 법한데 왜 처녀김치는 없는 것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옛날 아이들이 머리를 양쪽으로 갈라 뿔 모양으로 동여맨 것을 ‘총각(總角)’이라 했으며, 이러한 머리를 한 사람을 ‘총각’이라 불렀다고 한다. 총(總)은 모두를 뜻하는 말로 많이 쓰이지만 과거엔 ‘꿰맬 총’ ‘상투 짤 총’으로도 사용됐다. 각(角)은 뿔을 뜻한다. 한 줌 크기로 모아 잡아맨 미역을 ‘꼭지미역’ 또는 ‘총각미역’이라 하는 걸 보면 ‘총각’이 동여맨 것을 지칭하는 건 맞는 듯하다.

따라서 어린 무가 ‘총각’이란 머리 모양을 닮아 ‘총각무’가 됐고, 그것으로 담근 김치가 ‘총각김치’란 설명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어린 무의 모양이 남성의 그것을 닮았다는 점에서 위의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도 있다. 옛날 여인들이 총각김치를 담그면서 이런 잡담을 했으리라는 추측이다. 또 여자들이 김치를 담그기 때문에 ‘총각김치’만 있고 ‘처녀김치’가 없다는 것이다.

‘총각무’를 ‘알무’ ‘알타리무’라고도 하는데 ‘총각무’를 표준어로 삼고 있다. 순우리말 대신 한자어를 표준어로 삼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는 부분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