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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재무부, 한국 '환율관찰대상국' 유지…'역환율 전쟁' 용인 시사

중앙일보

입력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프리드먼 은행 연례 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프리드먼 은행 연례 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미국 재무부가 한국·중국·일본 등 7개국을 환율관찰대상국 지위를 유지했다. 다만 각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세계 경제 여건상 정당화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른바 ‘킹달러’(달러 강세) 현상으로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대상국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이를 잠재우기 위한 제한적인 수준의 개입은 용인하겠다는 취지다.

미국 재무부는 10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주요 교역상대국의 거시경제·환율정책 보고서’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 독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등 7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이들 국가는 지난 6월에 나온 상반기 보고서에도 관찰대상국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對美 무역·경상수지 흑자…스위스는 심층분석국

미 재무부는 종합무역법과 교역촉진법에 따라 매년 반기별로 미국과 교역(상품·서비스)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거시경제와 환율 정책을 평가한 뒤 관련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다. 이번 보고서의 평가 기간은 지난해 7월부터 지난 6월까지다.

구체적으로 ▶대미 무역 흑자(150억 달러 이상) ▶경상수지 흑자(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 ▶외환시장 개입(달러 순매수 규모가 GDP 대비 2% 이상+12개월 중 8개월 이상 개입) 등 3가지 조건 중 2가지에 해당하는 교역국은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된다. 3가지 모두 해당하면 심층분석국으로 분류된다.

한국은 대미 무역 흑자(320억 달러)와 경상수지 흑자(GDP 4%) 등 2가지 조건을 충족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다. 다만 2016년 4월 이후 2019년 상반기 한 차례를 제외하면 줄곧 목록에 포함됐던 만큼 국내 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는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 지난 6월 보고서와 동일하게 심층분석국으로 분류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위스의 대미 무역 흑자는 160억 달러, 경상수지 흑자는 GDP의 8.0%, 달러 순매수 규모는 GDP의 2.8%를 기록했다.

미 재무부는 “스위스의 거시 경제 및 환율 정책에 대한 분석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며 “불균형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스위스 당국과 양자 협의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과 인도, 태국, 멕시코, 이탈리아 등 5개국은 2년 연속으로 한 가지만 충족해 이번 보고서에서 관찰대상국에 제외됐다. 이들은 모두 대미 무역 흑자는 150억불 달러 기준을 넘어섰지만, 경상수지 흑자 조건에서 벗어났다.

미국 재무부가 10일(현지시간) 발간한 '주요 교역상대국의 거시경제·환율정책 보고서' 표지

미국 재무부가 10일(현지시간) 발간한 '주요 교역상대국의 거시경제·환율정책 보고서' 표지

옐런 “외환시장 개입 정당화될 수 있다”

다만 미 재무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최근 달러 강세에 따른 각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 정당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재무부 관계자는 취재진에 “달러 강세는 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다른 중앙은행 간 긴축 속도의 차이에 기인한다”며 “여러 국가가 직면한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시장 개입을 정당화할 시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도 이날 성명에서 “특정 상황에서는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이 세계 경제 역풍에 접근하는 다양한 접근 방식이 정당할 수 있다는 점을 재무부가 인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한국에 대해 미 재무부는 “지난 6월까지 4개 분기 동안 380억 달러의 외환을 순매도하며 원화 가치를 끌어올리려 했다”며 “한국은 분기별로 외환시장 개입을 공표하고, 발전된 제도와 시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은 시장 상황이 무질서한 예외적인 상황으로만 제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 일본 정부가 24년 만에 처음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엔화 매수에 나선 것과 관련해서도 “일본은 시장개입을 매달 발표하는 등 외환시장을 투명하게 운영한다”며 "이번 시장 개입은 엔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중국, 외환 개입에 대한 정보 투명성 결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다만 통화 정책을 불투명하게 운영하는 중국에 대해 재무부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재무부는 “중국의 외환 개입이나 환율 메커니즘 등 광범위한 정보에 대한 투명성이 결여돼 있다”며 “중국은 주요 경제국들의 범주에서 벗어나는(outlier) 행보를 보이는 만큼 재무부의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국은 2년 연속으로 한 가지 조건(대미 교역 흑자)만 충족해 관찰대상국 지위에서 해제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미 재무부는 중국의 대미 흑자 규모(3820억불)가 다른 국가보다 과다하다고 판단해 관찰대상국 지위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 재무부가 환율조작국으로 분류한 나라는 없었다. 앞서 미 재무부는 2019년 8월 중국을 ‘당국의 통화 가치 조작’을 이유로 처음으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지만, 바로 이듬해 1월 해제한 이후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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