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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초등학교처럼…일제잔재 유치원→유아학교 바꿔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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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유치원에 어린이들이 등원하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유치원에 어린이들이 등원하는 모습. 연합뉴스

일제식 용어인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바꾼 것처럼 ‘유치원’ 명칭을 ‘유아학교’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한국유아교육행정협의회는 유치원 명칭을 유아학교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유아교육 현안 해결 촉구 청원 서명운동’에 돌입한다고 7일 밝혔다. 서명운동은 유치원 교원과 예비교사 등을 대상으로 다음 달 2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청원 과제에는 유치원 명칭 ‘유아학교’로 변경, 학급당 유아 수 감축, 국‧공‧사립 유치원 균형 지원 방안 마련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현행 유아교육법 제2조는 유치원을 ‘학교’로 명시하고 있는데, 유치원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입법 취지를 무시한 직무유기와 다름없다”며 “그러는 사이 일부 사설학원과 어린이집에서 유아학교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제 잔재인 국민학교 명칭을 1995년 초등학교로 변경한 것처럼 일제식 용어인 유치원도 유아학교로 변경해야 한다”며 “유아학교로 명칭을 변경하는 내용의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치원은 독일어 ‘킨더가르텐(Kindergarten)’을 직역해 일본식 한자어로 표현한 ‘幼稚園(요치엔)’을 한국식 발음으로 표기한 것이다. 이에 한국교총과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는 2002년부터 줄곧 유아학교로 명칭변경을 요구해왔다. 조희연 서울교육감도 지난해 11월 유치원 명칭을 유아학교로 변경하고 의무화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오른쪽)이 지난 8월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 유치원을 방문해 어린이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상윤 교육부 차관(오른쪽)이 지난 8월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 유치원을 방문해 어린이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아교육법 개정안 국회 계류 중 

정치권에서도 유치원 명칭을 변경하자는 주장이 계속돼왔다. 지난 18,19대 국회에서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변경하는 유아교육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큰 관심을 얻지 못한채 폐기됐다. 2020년에도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런 내용의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강 의원은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바꾸는 것은 유아교육을 공교육 체제 안에 편입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유치원의 공공성과 책무성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 3월 교총과 2020-2021 단체교섭을 맺고 유치원의 명칭을 유아학교로 변경해 나가기로 합의한 상태다. 하지만 이후 정권이 교체되고,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에 ‘유보통합’을 포함시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유보통합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원화된 유아 교육‧보육 관리체계를 일원화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유치원은 교육부,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관할하며 교사 양성과정과 자격, 처우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1990년대부터 유보통합의 필요성이 언급됐지만 이해관계자 간 입장차가 커 교육계의 오랜 난제로 남았다.

유희승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장은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바꾸는 문제는 대체로 이견이 없지만, 입법사항인 만큼 국회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며 “현재 논의 중인 유보통합을 포함해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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