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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경제개혁」 국제학술 회의/국민경제 제도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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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시장원리 정착 여부가 성패좌우”/인플레ㆍ혼란 극복등 급선무/중앙정부 권한 약화ㆍ지방과 마찰 해소도 중요/한국의 70년대 고도성장 경험등 큰 교훈될 듯
중국ㆍ동구권 등 사회주의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제개혁의 본질은 무엇인가. 한소 수교,독일통일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사회주의 경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주의제국에서의 경제개혁」이란 주제의 국제학술회의가 국민경제 제도연구원(원장 엄영석) 주최로 서울대 호암회관에서 13일 개막돼 이틀간 열린다. 중국ㆍ일본ㆍ유고ㆍ체코ㆍ폴란드ㆍ미얀마 등 6개국에서 온 경제 전문가들은 사회주의체제에 시장경제 원리를 도입함으로써 중앙 정부의 권한이 약화되면서 생기는 혼란과 인플레를 가장 우려했다. 주제발표 내용을 간추려 싣는다.
◇환영사 및 기조연설(엄영석)=나라에 따라 다르지만 사회주의국가의 개혁과정은 다당제 도입ㆍ정부통제 감소ㆍ시장역할 증대ㆍ개방확대ㆍ사유화 추진이란 공통점이 있다.
이같은 개혁을 사회주의체제에 대한 자본주의체제의 승리 또는 단순한 사회주의 혁신운동으로 보기도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그 실체적 의미를 파악하는 일이다.
◇한국 경제발전의 관점에서 본 사회주의 경제개혁(박명호 국민경제제도연구원 연구위원)=50년대에 시작돼 80년대 중반까지 계속된 개혁사회주의는 계획경제의 보완적 관계로 시장경제 원리를 일부 도입했다. 그러나 계획경제의 문제점은 해결하지 못했고 국민생활의 질도 개선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89년부터 동구권에서는 정치적 민주화와 함께 「유럽으로의 복귀」「시장으로의 도약」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급진적인 시장경제에로의 전환을 꾀했다.
한국 경제의 성장과정중 동구권에 교훈이 될만한 점이라면 ▲자본축적을 위해 일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으리라는 사회적 여건 조성 ▲해외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이자율을 포함한 가격체계의 개혁 ▲인적 자원 개발을 위한 교육 및 직업훈련 등을 들 수 있다.
◇개혁의 기로에 서있는 체코 경제(미로슬라브 수책 국가경제중앙연구소 소장)=체코는 2차대전 전까지만 해도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안에 들었는데,사회주의 경제를 택한 이후 서구에 비해 40∼60%밖에 성장하지 못했다.
동구권 개혁의 성공은 얼마나 빨리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하느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가격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없애야 하며,체코의 화폐인 크라운화의 환율을 현실화해야 한다. 현재 경제개혁 과정에서 야기되고 있는 인플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격이 다른 모든 경쟁 주체를 연결하는 매개 변수로 작용하는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유고의 체제변화(프래드라그 시미츠 유고 국제정치경제연구소 소장)=50∼60년대 다른 사회주의국가와는 독특한 체제를 갖고 있었던 유고는 60년대말 이후 개혁이 중단됐다가 88년 헌법개정을 하면서 다시 시작됐다.
유고의 가장 큰 문제도 인플레이션으로 올해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바로 인플레 진정이다.
유고 화폐인 디나화의 마르크화와의 연계에 의한 태환성 부여,독점상품에 대한 여섯달 동안의 가격동결,임금인상 억제,통화팽창 억제 및 긴축예산 등의 인플레 억제정책으로 인해 올 생산은 8∼10% 정도 줄어들 것이다.
사회주의국가에서 그동안 취해온 미지근한 체제개선 노력은 중앙정부에 의한 통제는 배척되면서 시장기능도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위기적 상황을 가져왔다.
이같은 경제현실은 정치적 갈등을 심화시켰으며,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중국 경제개혁의 실제(우훙광 국무원 산하 경제체제 개혁위원회 연구원)=중국의 개혁은 78년 12월 문화혁명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비롯됐다.
중국의 경제개혁은 대략 3기로 나뉘어진다. 제1기(78년 12월∼84년 10월)는 농가의 계약책임제(성과에 따른 소득배분) 도입에 따른 농업생산성의 비약적 증대 등 주로 농업부문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제2기(84년 10월∼87년 10월)는 도시부문의 경제개혁이 중심과제가 됐다. 기업의 자율과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가격ㆍ세제ㆍ금융개혁 및 대외무역 활성화 등이 추진됐다. 제3기(87년 10월 이후)는 중국 경제개혁의 전환점으로 정치ㆍ교육ㆍ문화 등 사회 전분야에 걸친 개혁의 필요성을 제13차 전당대회에서 확인했다.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개방이 된 것도 이때부터다. 국가는 시장을 지배하고 시장은 기업을 유도한다는 원칙이 확립됐다.
이같은 개혁으로 78∼89년 사이 국민총생산은 2.5배,산업생산은 3.6배 늘어 연평균 12.4%의 성장을 기록했었다.
79년부터 주요 농산물 가격인상,주요 생산재에 대한 2중가격제(정부계획분은 통제가격,그외는 시장가격) 시행등 가격개혁을 해왔는데,이러한 가격체계 변화가 인플레로 이어져 중국을 고민에 빠뜨리고 개혁속도를 늦추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중국의 경제개혁은 91∼95년의 8차 5개년계획 기간에 중대한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각 분야별 개혁정책은 계속 추진되겠지만,최근 중앙 정부의 통제력이 약해져 지나치게 분권화돼 있다고 여겨진다.
◇중국 경제개혁의 과정과 문제점(나카가네 가스지 동경대 교수)=중국 경제개혁은 78년부터 시작됐는데 88년 이후 사실상 중단됐다. 개혁자들간에 산업개혁에 대한 견해차도 있었지만,인플레가 근본적인 이유였다. 긴축통화정책으로 인플레는 어느 정도 진정됐지만,경기는 침체될 수 밖에 없었다.
중국 경제개혁의 문제점은 ▲지방정부의 권한과 재정이 강화되면서 중앙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는 것 ▲정치개혁이 없는 경제개혁에 대한 회의 ▲중국 고유의 비효율적 경쟁과 느린 의사전달 ▲공산당이 기업경영에 이익집단으로 간여해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폴란드 경제의 시장경제 전환과정(조셉 파제스트카 바르샤바대교수ㆍ경제협회회장)=경제 변혁은 현실인식에서 자발적으로 비롯됐으며,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기대감도 커져 정치ㆍ사회적 변화까지 가져왔다. 정부의 힘이 약해짐에 따라 정부계획의 효율성도 떨어졌다.
향후 3∼5년 동안은 과도기로 불안정과 경기침체가 계속될 것이지만,이 위기만 극복하면 미래는 매우 밝다고 본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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