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을 KO시켜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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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골든 보이' 오스카 델라 호야(33)와 도전자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29.사진(下))가 내년 5월 5일 세계복싱평의회(WBC) 주니어미들급 타이틀전을 벌인다. 복싱에서 수년 만에 성사된 빅 매치여서 벌써 천문학적인 돈이 거론되고 있다. 델라 호야는 2500만 달러 이상, 메이웨더는 1200만 달러의 대전료가 예상된다. 복싱 페이퍼뷰(pay-per-view) 사상 최고의 판매가를 기록할 것은 당연하고, 유료 시청자만 200만 명 이상이 될 전망이다.

이번 대결은 평소 메이웨더가 "은퇴하기 전에 델라 호야와 꼭 한번 붙고 싶다"고 애원해서 성사됐다.

흥미로운 것은 델라 호야의 코치가 바로 메이웨더 주니어의 아버지인 메이웨더 시니어(사진(上))라는 사실이다. 델라 호야의 친구라면 '어서 코치를 바꾸라'고 조언해줄 법도 하지만 메이웨더 부자지간의 관계를 알고 보면 그런 말은 쏙 들어간다. 이들은 몇 년 동안 말 한마디도 나누지 않을 정도로 냉랭한 사이다.

메이웨더 시니어 역시 선수 출신으로 아들을 어렸을 때부터 가르쳤으나 지금은 그를 "탐욕스러운 놈"이라고 부른다. 가르치는 과정에서 의가 상했다는 소문이다. 그는 격앙된 목소리로 "'그 녀석'은 델라 호야를 꺾고 싶어서가 아니라 내가 키운 선수를 이겨 내 마음을 아프게 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라며 "장담하건대 오스카가 그 놈을 KO시킬 것이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중간에 끼인 메이웨더 주니어의 삼촌이자 메이웨더 시니어의 동생인 로저만 난처하게 됐다. 로저는 현재 메이웨더 주니어의 코치다. 형님보다 조카 편을 들 수밖에 없다. '세기의 대결'이 알고 보니 '집안 싸움'이다.

LA지사=원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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