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SPC 계열 공장 또 사고…가맹점주 "불매운동, 본사가 보상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SPC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노동자가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지 이틀 만에 또 인명 사고가 발생하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파리바게트공동행동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가 지난 17일 오전 경기 평택시 팽성읍 SPL 평택공장 입구에서 'SPL 평택공장 사망사고 엄정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원인조사와 경영책임자 엄정수사 촉구를 하고 있다. 2022.10.17/뉴스1

파리바게트공동행동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가 지난 17일 오전 경기 평택시 팽성읍 SPL 평택공장 입구에서 'SPL 평택공장 사망사고 엄정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원인조사와 경영책임자 엄정수사 촉구를 하고 있다. 2022.10.17/뉴스1

SPC 계열사 공장에서 ‘손가락 절단’ 사고

23일 성남 중원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10분쯤 경기도 성남시 샤니 제빵 공장에서 40대 노동자 A씨가 빵 상자를 옮기는 기계에서 잘못 포장된 상자를 빼려다 손가락이 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샤니는 SPC그룹 계열사 중 하나다. A씨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접합수술을 받았다.

사고 당시 2인 1조 근무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안전수칙을 준수했는지 여부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성남지청 소속 근로감독관을 현장에 파견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파악 중이다. 사망 사고가 아니어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진 않을 전망이다.

SPC 측은 이날 사고와 관련해 “사업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현재 해당 라인의 작업을 모두 중단했으며, 노동조합과 함께 안전점검을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고는 지난 15일 SPL 평택 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지 8일 만에 발생했다. 사망 사고 다음 날 해당 공장 라인을 가동하고, 고인의 빈소에 자사 빵 제품을 가져다 놓는 등 회사의 부적절한 대응이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허 회장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3년간 1000억원을 투자해 안전 시스템을 보강하겠다는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사과 이틀 만에 또 사고가 발생하면서 대국민 사과의 의미가 퇴색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23일 성명을 내고 “SPC 그룹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는 동안 노동자는 다치거나 죽고 있다”며 “SPC그룹의 대국민 사과와 안전관리 강화 약속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에서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에서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매운동에 가맹점 매출 타격…손해배상 가능하나

트위터 등 SNS 상에서 공유되고 있는 SPC 불매 운동 독려 게시물. 트위터 캡처

트위터 등 SNS 상에서 공유되고 있는 SPC 불매 운동 독려 게시물. 트위터 캡처

인명사고가 잇따르면서 SPC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도 계속되고 있다. 트위터에서 SPC 산하 브랜드의 로고가 나열된 이미지는 23일 기준 약 1만 9500건 넘게 공유됐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SPC 불매의 최정점은 바로 ‘크리스마스 케이크 매출’”이라며 크리스마스까지 SPC 제품을 불매하자고 주장했다. SNS뿐만 아니라 맘카페, 대학생 커뮤니티 등에서도 SPC 제품을 불매한다는 게시글이 이어지고 있다.

사그라지지 않는 불매운동에 직격탄을 맞은 가맹점주들은 매출이 더 떨어질까 봐 불안하기만 하다. 서울의 한 SPC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사망 사고 나기 전보다 하루 평균 매출이 10~15% 정도 줄어들었다”며 “이렇게 인식이 한 번 나빠지면 되돌리기도 힘든데 본사로부터 보상이라도 받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3년째 SPC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매출 감소가 장기화할 것이 무섭다”며 “본사가 어느 정도 책임을 지고 손해를 보전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맹점주들은 이른바 ‘호식이 방지법’이라 불리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가맹본부나 가맹본부 임원의 위법행위 또는 사회상규에 반하는 행위로 피해가 발생할 시 가맹점이 본부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조항을 가맹계약서에 넣게 돼 있다. 최호식 전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의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이 법은 프랜차이즈 오너나 대표의 불법 행위로 가맹점주들이 받는 피해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다만 ‘가맹본부의 사회상규에 반하는 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이 법은 오너들의 개인적인 일탈 행위(오너리스크)에 피해를 보는 가맹점주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경우 개인적인 일탈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SPC그룹 오너가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처벌받는다면 ‘가맹본부의 위법 행위’로 볼 수 있어 가맹사업법의 적용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 19일에 이어 22일에도 입장문을 내고 “회사(본사)에 이번 사고에 대한 철저한 원인분석과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 안전경영강화 계획의 충실한 이행을 촉구하겠다”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