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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UAM 이착륙장, 4500억 투입하는데 효과는 '0'이라고?

중앙일보

입력

김포공항에 들어설 예정인 UAM 버티포트 조감도. 뉴스1

김포공항에 들어설 예정인 UAM 버티포트 조감도. 뉴스1

 2025년 첫 UAM(도심항공교통) 상용화를 목표로 김포공항에 건설을 추진 중인 'UAM 버티포트(이착륙장)'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성 판단의 가장 중요한 지표인 경제성분석(B/C)에서 편익이 '0'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수천억원이 투입되지만 이로 인한 긍정적 효과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탓에 향후 정부가 추진하거나 지원하게 될 다른 UAM 이착륙장 건설에도 적지 않은 차질이 있을 거란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사실은 20일 한국공항공사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강대식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김포공항 혁신지구 개발사업과 타당성 재조사 현황'에서 확인됐다.

 김포공항에 UAM 이착륙장 건설 

 이에 따르면 김포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이하 공사)는 국내선 청사 앞 주차장과 항공박물관 주변 등 약 35만㎡ 부지에 2조 9000억원을 투입해 미래교통 복합환승허브와 모빌리티 혁신산업클러스터 등을 2단계에 걸쳐 2027년까지 건설할 계획이었다.

 이 가운데 UAM 버티포트는 복합환승허브 옥상에 만들어진다. 복합환승허브에는 도시철도 5개 노선과 첨단 간선급행버스체계인 S-BRT, 시외버스정류장 등도 들어선다. 총사업비는 1조 4000억원이며, 버티포트에는 4500억원이 책정됐다.

미국의 조비 에이비에이션이 개발한 UAM 기체 'S4'. 연합뉴스

미국의 조비 에이비에이션이 개발한 UAM 기체 'S4'. 연합뉴스

 김포공항 혁신지구 개발사업은 공기업인 공사가 진행하는 관계로 일정규모를 넘으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또는 타당성 재조사를 받아야만 한다. 총사업비 1000억원 이상에 재정지원금과 공공기관 부담액의 합이 500억원 이상인 사업이 해당한다.

 공사는 지난해 1월 기재부에 예타를 신청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예타와 유사한 타당성 재조사에 들어갔다. 그런데 지난해 8월 10일 중간보고회 직후 공사는 KDI에 타당성 재조사 철회를 요청했다.

 사업 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핵심인 B/C가 0.47에 불과하다는 중간보고 때문이었다. B/C는 예상편익(B)을 사업비용(C)으로 나눈 것으로 통상 1.0을 넘어야 사업성이 있다는 의미여서 0.47로는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렵다는 얘기가 된다.

 관련 지침 없다며 효과 '0'으로 계산  

 편익은 해당 SOC 건설로 인한 통행시간 단축과 주변 교통망의 소요시간 절감 등 여러 효과를 따져서 산출한다. 문제는 경제성이 낮게 나온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바로 UAM 버티포트의 편익이 '0'으로 나왔다는 점이다.

 전체 김포공항 혁신지구 개발사업비의 15.5%에 달하는 건설비 4500억원은 고스란히 비용에 반영됐지만, 편익은 0원으로 처리되면서 점수를 대거 깎아 먹은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공사 관계자는 "KDI에 문의했더니 UAM 버티포트 건설과 관련한 예타나 타당성 재조사 지침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편익을 산출하기 어렵다는 답이 왔다"고 전했다.

 국토부가 발표한 UAM 회랑 실증 노선안. 김포공항이 가운데 위치한다. 자료 국토교통부

국토부가 발표한 UAM 회랑 실증 노선안. 김포공항이 가운데 위치한다. 자료 국토교통부

 이 때문에 공사는 최근 다시 타당성 재조사를 신청하면서 버티포트 예산을 3400억원으로 낮췄다. 편익이 0원이라면 비용이라도 줄여보자는 취지에서다. 버티포트 완공도 1년가량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비한 제도, 기준 마련 서둘러야"

 이에 대해 유정훈 아주대 교수는 "정부가 2020년 UAM 사업을 사실상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여태 관련 평가 지침조차 없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지원하는 다른 UAM 버티포트 사업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는 2020년 UAM 산업 발전을 위한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로드맵'을 발표했으며, 지난해에는 UAM 산업을 초기(2025년~)와 성장기(2030년~)·성숙기(2035년~) 등 3단계로 나눠 지원·육성하는 내용의 'K-UAM 운용개념서'도 내놓았다.

 국토교통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정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련 평가 기준과 수요예측 방안 마련 등을 위해 기재부, KDI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대식 의원은 "정부가 미래먹거리를 위해 의욕적으로 UAM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미비한 제도와 기준 등을 신속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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