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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꺼낸 2가지 결백증거…막상 까보니 '불리한 말'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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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검찰의 민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 시도에 대해 20일 “정치가 아니라 탄압”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이 대표의 대선 자금용으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의혹이 있는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해선 “그의 결백함을 믿는다”고 했고, 본인 역시 “불법자금은 1원도 본 일도 쓴 일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앞서 머리(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앞서 머리(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재명 방어 근거 2가지…남욱 인터뷰ㆍ정영학 녹취록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2가지를 내세웠다. 먼저 그는 “남욱이라는 사람이 작년 가을 한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에서 ‘(저를) 10년을 찔렀는데 씨알도 안 먹히더라’고 했다”고 말했다.

남욱 변호사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난해 10월 JTBC와 인터뷰했다. 당시 그는 “내가 아는 12년 동안 그 사람(이 대표)을 지켜보면서 트라이(시도)를 얼마나 많이 해봤겠나. 씨알도 안 먹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 일당의 로비가 자신에게 통하지 않았음을 상기시키려는 목적으로 이 인터뷰를 언급한 것이다.

2021년 10월 18일 JTBC의 남욱 변호사 인터뷰 기사. 사진 JTBC 캡처

2021년 10월 18일 JTBC의 남욱 변호사 인터뷰 기사. 사진 JTBC 캡처

이어 이 대표는 “그들(대장동 일당)끼리 한 대화 녹취록에 ‘2층 성남시장실에서 알면 큰일난다. 죽을때까지 비밀로 하자’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정영학 녹취록’을 언급했다. 이는 정영학 회계사가 2012~2014년ㆍ2019~2020년 유 전 본부장ㆍ남 변호사ㆍ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 등 대장동 일당들과 나눈 대화 및 통화를 녹음한 것으로 대장동 사건의 핵심 증거로 꼽힌다. 녹취록을 언급한 것 역시 본인과의 무관함을 강조하는 취지였다.

이 대표는 이날 “정권이 바뀌고 검찰이 바뀌니까 (대장동 일당의) 말이 바뀌었다”며 검찰 수사를 ‘조작’으로 규정했다. 그는 “이런 조작으로 야당을 탄압하고 정적을 제거하고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진실은 명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녹취록엔 이재명 불리한 주장 가득…與 “본질 덮으려 조작”

하지만 이 대표가 검찰 주장을 정면 반박하려 꺼낸 ‘남욱 인터뷰’와 ‘정영학 녹취록’은 진술이 오락가락하거나 오히려 검찰의 주장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예를 들어 남 변호사의 인터뷰에는 “내가 아는 12년 동안 그 사람(이재명)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트라이(시도)를 많이 해봤겠나”라는 말과 “이재명 지사를 아예 모른다”는 말이 동시에 등장해 발언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2021년 10월 18일 JTBC의 남욱 변호사 인터뷰 기사. 사진 JTBC 캡처

2021년 10월 18일 JTBC의 남욱 변호사 인터뷰 기사. 사진 JTBC 캡처

‘정영학 녹취록’에도 이 대표에게 불리한 발언이 다수 포함돼있다. 검찰이 지난 4월 법정에서 공개한 2012년 9월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의 대화 녹취에서 남 변호사는 대장동 사업과 관련, “윤 모 대표가 ‘이 모든 각을 유동규ㆍ이재명ㆍ최윤길(전 성남시의회 의장) 세 사람이 처음부터 각본을 짜서 진행한 거다’ 이렇게 이야기 하더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또 지난 5월 공개된 2013년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의 대화 녹취에는 이 대표의 선거 전략도 언급된다. 당시는 이 대표가 재선 성남시장을 준비 중인 상황이었는데, 남 변호사는 “‘시장님 선거를 우리가 어떻게 당선시킬 것이냐에 대해 포커스를 맞춰야 된다. 은밀하게 선관위(선거관리위원회) 쪽 라인을 대 봐라’라고 (유 전 본부장이) 얘기하더라”라고 말했다.

김 부원장의 요청으로, 유 전 본부장이 남 변호사에게 정치 자금을 요구했다고 보는 검찰의 주장과 비슷한 맥락의 대화도 있다. 2013년 10월 정 회계사는 남 변호사에게 “‘유유’가 (남 변호사에게) 갖고 오라고 난리치는 것 들었다”며 “좀 심했다. 돈 맡겨놓은 것처럼, 빚쟁이 다루듯이 하더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를 “유동규(유유)가 남욱에게 금전을 요구하고 이를 재촉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대선 중이던 지난 2월 28일 김은혜 당시 국민의힘 공보단장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영학 녹취록 발언 내용을 공개하며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선 중이던 지난 2월 28일 김은혜 당시 국민의힘 공보단장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영학 녹취록 발언 내용을 공개하며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치 탄압’ 규정한 李…與 “자신 있으면 협조하라”

이 대표가 검찰 수사를 ‘탄압’이자 ‘조작’으로 규정하는 데 대해서도 여당에선 “자신 있으면 수사에 협조해서 진실을 밝히면 되는데, 그렇지 않으니 구구절절 말이 길어지는 것”(국민의힘 관계자)이란 말이 나온다. 검사 출신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적어도 공당의 대표라면 ‘이건 결백하다. 나 혼자서 법적 대응을 할테니 다른 분들은 의정 활동에 전념해달라’ 이렇게 해야 한다”며 “그런데 지금 실체적 진실에 대해선 이렇다저렇다 아무 말이 없고, 당에 총동원령만 내린 것 아니냐”고 말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중앙일보에 “지금 본질은 이 대표 본인의 최측근이 부패에 연루돼 진행 중인 검찰 수사”라며 “이 대표는 정치 탄압이란 용어나 조작ㆍ왜곡의 방식으로 물타기하지 말고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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