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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철거 기한 넘긴 ‘세월호 기억공간’...강제철거 시기 고심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 모습. 철거 후 이전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김민욱 기자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 모습. 철거 후 이전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김민욱 기자

세월호 기억공간(기억과 빛) 임시 사용 기간이 지난 6월 말 끝났는데도 이전 문제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 단체와 시민단체 등은 8년 전 세월호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천막을 쳤던 ‘광화문광장’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서울시는 정치 쟁점화된 시설인 만큼 이전이 어렵다며 반대하고 있다.

자진철거 기한은 9월 30일 

13일 서울시의회 등에 따르면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기억공간을 운영하려 지난해 11월부터 올 6월 30일까지 서울시의회 앞 부지 18.7㎡를 사용했다. 처음 기억공간은 천막 형태를 거쳐 2019년 4월 광화문광장에 80㎡ 규모로 지어졌다. 그러다 지난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시의회 앞으로 규모를 줄여 옮겼다.

기억공간은 가설 건축물로 현재 부지 사용 기간이 끝났다. 이에 서울시의회 사무처는 4·16 가족협의회 측에 자진철거를 통보했다. 일단 철거 기한은 7월 20일에서 지난달 30일로 한 차례 연장해줬다. 하지만 현재까지 철거가 이뤄지지 않자 사무처는 기억공간 대집행(강제 철거)과 변상금 부과 시점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의회 본회의 모습. 뉴스1

서울시의회 본회의 모습. 뉴스1

법적 효력 없는 '연장 동의안' 

앞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했던 지난 10대 의회에서 기억공간 사용허가 기간을 2024년 6월 말까지 2년 더 늘려주는 내용의 ‘기억공간 설치허가 연장 동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효력은 없다. 김현기 시의장(국민의힘)은 지난달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기억공간 이전문제에 대해 “사용 기간이 끝나 (사무처가) 자진 철거하도록 통보한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오후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시민들이 기억공간 철거에 반대하는 피켓팅을 벌이고 있다. 사진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12일 오후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시민들이 기억공간 철거에 반대하는 피켓팅을 벌이고 있다. 사진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피켓팅 시위 나선 세월호 단체 

4·16 단체와 세월호 유족 단체는 사무처의 자진철거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전날(12일) 오후 광화문에서 집중 피켓팅 시위에 나섰다. 매월 둘째 주 수요일마다 열 계획이다. 4·16 가족협의회는 “기억공간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와 시민이 참사 진상규명과 함께 기억과 추모, 안전사회 건설을 향한 염원을 담은 공간”이라며 “존치돼야 한다”고 했다. 이들 단체는 기억공간을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이전해줄 것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 쟁점화된 기억공간 

하지만 서울시는 광화문 광장으로의 이전은 어렵다고 한다. 기억공간이 정치적으로 지나치게 쟁점화됐다는 게 반대 이유다. 실제 지난 10대 의회에서 ‘기억공간 설치에 관한 결의안’ 처리 당시(지난해 11월) 국민의힘과 민주당 의원 간 각각 반대·찬성토론이 있었다.

당시 국민의힘 성중기 시의원은 “기억공간 존치 문제는 서울시나 서울시의회가 아닌 정부나 국회 등 국가 차원에서 해결이 필요하다”며 “아울러 천안함 피격사건 등 나라를 위해 싸우다 희생된 국군 장병에 대한 기억공간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이병도 시의원은 “기억공간을 시의회 앞에 설치하는 것은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는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실천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억공간은 단순 추모시설이 아닌 정치 쟁점화된 시설로 보인다. 시민 여가와 문화활동 등을 위해 만들어진 광화문 광장에 다시 기억공간을 조성하는 건 맞지 않은 것 같다”며 “서울시는 (세월호 희생자가 집중된) 경기도 안산시와는 또 다르다. (기억공간) 이전 부지를 제공하는 문제 역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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