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제조 비법 진짜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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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미국 애틀랜타 소재 선트러스트 은행의 금고 안에는 산업계에서 가장 신성시되는 비밀 중 하나가 들어있다. 120년 된 코카콜라의 제조 공식이다. 그 신비한 제조 비법에 관한, 유일하게 확실한 사실은 그것뿐이다. 그것 이외의 다른 모든 얘기(예를 들어 그 금고를 여는 데는 코카콜라 회사의 이사회 의결이 필요하다는 소문)는 그냥 전설인지도 모른다. 코카콜라 측에 추가적인 정보를 확인받으려 시도하면 의례적인 대답이 돌아올 뿐이다. “그걸 가르쳐 주면 비밀이 아니죠”라고 회사 대변인 크리스털 워커는 말했다.

전설이든 아니든, 적어도 세 사람이 최근 감옥에 갈 각오를 하고 코카콜라의 비밀을 훔쳐내려 시도했다. 이브라힘 딤슨(30)과 에드먼드 듀헤이니(43)는 코카콜라사의 영업비밀을 150만 달러를 받고 펩시 측에 팔아넘기려다 기소됐다. 2주 전 유죄를 인정한 그들은 징역 10년형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 두 남성은 공모자였다. 애당초 범행을 꾸민 사람은 코카콜라 애틀랜타 본사 임원실에 근무하던 여직원 조야 윌리엄스(41)였다.

그러나 펩시 측이 코카콜라 측에 제보하고, 코카콜라 측이 다시 FBI에 신고하면서 이들 3인의 범행 기도는 실패로 끝났다. 코카콜라사에서 14개월간 재직했던 윌리엄스는 재판을 앞두고 결백을 주장한다. 범인들이 넘겨주려 한 물건은 신제품의 샘플과 모종의 문건들이었으며 제조 비법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과연 콜라 제조 공식이 실재하는 영업비밀인지, 아니면 신비스럽게 포장된 마케팅 전술인지 다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역사는 그 두 가지 측면이 혼합돼 있음을 암시한다. 1886년 약제사인 존 펨버튼은 실험실에서 창제한 비법으로 코카콜라를 처음 만들었다. 그는 몇 년 뒤 그 제조법을 사업가인 애사 캔들러에게 팔았고, 캔들러는 코카콜라를 성공한 제품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코카콜라가 인기를 끌자 경쟁사들과 소비자들은 이 뿌리치기 어려운 맛의 청량음료 속에 정확히 어떤 성분이 들어갔을까 궁금해했다.

일각에서는 주된 성분이 코카인이라고 주장했지만, 코카콜라 측은 이를 부인한다. 사람들은 코카콜라의 원료 혼합물을 지칭하는 암호 ‘7X’를 둘러싼 각종 소문에 매료됐다. 1919년 캔들러가(家)는 코카콜라를 일단의 투자자에게 팔면서 제조공식을 둘러싼 비밀은 일종의 마케팅 수단이 되기도 했다. 코카콜라사의 새 주인들은 제조 비법을 애틀랜타의 금고 속에 보관함으로써 미국의 대중문화 속에 그 비법에 관한 전설이 뿌리내리게 했다.

전문가들은 코카콜라의 제조 비법을 해독하고 효과적인 복제품을 만드는 일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화학자이자 영국 향료 산업 협의회의 회장인 스티븐 피어스는 “누구든지 상점에서 코카콜라를 구입해 화학분석을 하면 비슷한 음료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100% 동일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업계의 다른 전문가들은 코카콜라를 복제하는 일은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코카콜라를 이토록 성공하게 한 요인은 제조 비법이 아니라 상표명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펩시의 판매 실적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다. 그리고 펩시콜라의 제조 공식은 금고 안에 들어있지 않다.

JESSICA RAMIREZ 기자
With CATHARINE SKI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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