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의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열린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 전반 44분 맨유가 맨시티에 0-4로 끌려가자, 스카이스포츠 중계 카메라가 관중석의 알렉스 퍼거슨(81) 전 맨유 감독을 잡았다. 퍼거슨 감독은 근심 가득한 표정이었다. 경기 내용이 완전히 불만스러운 듯 보였다.
연고지가 맨체스터로 같은 ‘지역 라이벌’ 맨시티에 전반에만 4실점했기 때문이다. 맨유는 이날 맨시티의 엘린 홀란과 필 포든에게 ‘더블 해트트릭’을 내주며 3-6 참패를 당했다.
영국 매체 미러는 “퍼거슨의 표정이 많은 것을 말해준다. 맨유 레전드인 그는 맨유 홈과 원정 경기를 정기적으로 찾는다. 이번 일요일에 멀리 원정 갈 필요는 없었지만, 돌이켜보면 집에 머무르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퍼거슨 전 감독은 1986년부터 27년간 맨유를 이끌며 38차례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퍼거슨이 2013년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에는 ‘맨체스터 주인’이 맨시티로 바뀌었다. 맨시티는 이후 5차례나 리그를 제패했다. 반면 맨유는 퍼거슨 은퇴 후 데이비드 모예스~루이스 판 할~조세 모리뉴~올레 군나르 솔샤르 등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리그 우승에 실패했다.
앞서 맨시티가 2011~12시즌 6골을 몰아치며 맨유를 6-1로 대파하자,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 빗댄 ‘식스 앤 더 시티(Six and the City)’란 말도 나왔다. 당시 맨유 감독은 퍼거슨이었다. 맨시티는 이날 또 다시 맨유를 상대로 6골을 몰아쳤다.
화가 난 건 퍼거슨 감독 뿐만이 아니었다. 일부 맨유 팬들은 아예 조기 퇴근했다. 전반 추가시간 중계 카메라가 에티하드 스타디움 밖을 보여줬는데, 맨유 팬들은 전반이 끝나기도 전에 줄줄이 경기장을 빠져 나가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