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경기 10골…맨시티 필드서 007 ‘죠스’를 보았다

중앙일보

입력 2022.09.0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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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내가 어렸을 때 본 제임스 본드 007 영화에 키가 2m20㎝에 달하는 ‘죠스’라는 (악당) 캐릭터가 있었다. 사람을 집어 들고 바닥에 던졌다. 홀란이 강력한 센터백을 대적할 때 모습과 흡사하다. 페널티 박스에서 그를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인 게리 네빌(47·잉글랜드)이 맨체스터 시티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22·노르웨이)을 소개하면서 한 말이다.

 제임스 본드 007 영화 악당 캐릭터 죠스. 중앙포토

제임스 본드 007 영화 악당 캐릭터 죠스. 중앙포토

지난 여름 1358억원에 독일 도르트문트를 떠나 맨시티 유니폼을 입은 홀란은 프리미어리그 시즌 초반부터 골 폭풍을 몰아치고 있다. 데뷔 6경기 만에 벌써 10골을 터트렸다. 1992년 미키 퀸 이후 30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다.

웨스트햄과의 개막전부터 2골을 넣더니, 크리스탈 팰리스와 노팅엄 포레스트를 상대로 2경기 연속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4일 애스턴 빌라전에서는 왼발 논스톱 슛으로 10호 골을 뽑아냈다. 득점 2위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풀럼, 6골)에 4골이나 앞서 있다.


한국 축구팬 “손흥민 득점왕 막차 다행”

최고 시속 36.04㎞를 자랑하는 홀란은 엄청난 스피드로 적진에 침투해 마무리하는가 하면, 문전에서 가볍게 툭 차 넣는다. 상대보다 머리 하나는 더 높이 떠서 헤딩골을 뽑아낸다. 상대가 유니폼을 잡고 늘어져도 버텨낸다. 왼발로 7골, 헤딩으로 2골, 오른발로 1골을 뽑아냈다.

홀란이 10경기 만에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자, 한국 축구 팬들은 “손흥민이 지난 시즌 골든부트(득점왕) 막차를 잘 탔다”고 말할 정도다. 경기 포천중에서 축구선수를 했던 가수 임영웅도 딱 2명 뿐이던 인스타그램 팔로우에 리오넬 메시에 이어 홀란을 추가할 정도다. 케빈 더 브라위너 등 특급 선수들의 지원 사격을 받으며 득점이 더 늘었다.

EPL 6경기에서 10골을 몰아친 홀란. 사진 맨시티 트위터

EPL 6경기에서 10골을 몰아친 홀란. 사진 맨시티 트위터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최근 ‘홀란을 어떻게 막나’란 분석 기사를 통해 다섯 가지 봉쇄법을 내놓았다. 홀란은 지난 시즌 페널티 박스 12야드(10.97m) 안에서 득점의 95%를 기록했다. 보통 선수들의 6야드(5.4m)보다 ‘핫 존(hot zone)’이 두 배나 넓은 셈이다. 상대 팀은 홀란이 이 공간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특히 홀란은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에서 받은 패스를 가장 많이 골로 연결했다. 상대는 맨시티의 공격진이 강제적으로 오른쪽으로 가도록 밀어붙여야 한다. 수비는 무슨 일이 있어도 홀란에 가까이 붙어야 한다. 그러나 알고도 못 막는 게 홀란이다.

키 1m94㎝였던 홀란은 맨시티 메디컬테스트에서 1.2㎝가 더 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키가 1m95.2㎝다. 체중은 94㎏인데 도르트문트 시절보다 근육량을 약 10㎏ 더 늘렸다. 취미는 요가다. 그래서 홀란은 양다리를 교차 시켜 발을 허벅지 위에 얹는 가부좌 세리머니를 종종 펼친다. 취침 2시간 전부터는 전자기기를 보지 않고 시력 보호를 위해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낀다. 그만큼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

홀란과 그의 아버지 알프잉에 홀란. 사진 홀란 소셜미디어

홀란과 그의 아버지 알프잉에 홀란. 사진 홀란 소셜미디어

홀란의 아버지는 2000년부터 3년간 맨시티 미드필더로 뛰었던 알프잉에 홀란(50)이다. 어머니 그리 마리타는 1990년대 노르웨이의 헵타슬론(여자 육상 7종 경기) 챔피언이었다. 100m 허들, 포환던지기, 높이뛰기, 200m 달리기, 멀리뛰기, 창던지기, 800m 달리기로 구성된 종목이다.

부모로부터 압도적인 피지컬을 물려받은 홀란. 사진 홀란 인스타그램

부모로부터 압도적인 피지컬을 물려받은 홀란. 사진 홀란 인스타그램


가수 임영웅, 메시 이어 홀란 팔로우

부모로부터 압도적인 피지컬을 물려받은 홀란은 2006년 다섯 살 때 멀리뛰기에서 1m63㎝를 기록했다. 5세 세계기록이었다. 14세 전까지 핸드볼과 육상·크로스컨트리도 배웠다. 그의 별명은 ‘몬스터’ ‘더 터미네이터’ ‘헐크’ 등이다.

2000년 영국 리즈에서 태어난 홀란은 잉글랜드 국가대표에 뽑힐 수도 있었지만, 2003년 가족이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노르웨이 대표팀을 택했다. 2019년 20세 이하 월드컵 온두라스전에서 홀로 9골을 터트리며 12-0 대승을 이끌었다. 노르웨이 연령별 대표 시절 랩그룹 ‘플로우 킹즈’ 멤버로도 활동했던 그의 꿈은 은퇴 후 농장에서 소와 돼지를 키우는 것이다. 홀란은 킬리안 음바페(프랑스)와 함께 ‘메날두(메시+호날두) 시대’를 이을 차세대 축구 스타로 각광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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