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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위한 국민의 기업] 190개국 ‘글로벌 코리안’ 750만명을 민간외교관으로 활용해야

중앙일보

입력

올해는 한인 이민 120주년이 되는 해다. 1902년, 121명의 조선인이 ‘현해환(玄海丸)’을 타고 인천항을 떠났다. 배는 일본을 거쳐 10여 일 후 하와이섬에 도착했고, 건강 검진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89명이 하와이에 입국했다.

120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 190여 개국에 사는 재외동포는 750만 명 가까이 된다. 남북한 인구가 8000만 명 정도이니 국내 인구의 10%에 가까운 숫자다. 이들은 대부분 현지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거주국에 튼튼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글로벌 코리안이다. 모국을 위해 공공외교를 수행할 수 있는 민간 외교관들이 전 세계에 포진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엄청난 인적 자산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그간 재외동포 관련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없었다는 것이다. 현재 재외동포 관련 업무는 외교부·국방부·법무부·보건복지부·교육부 등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는데, 다행히 재외동포정책에 대한 통합적인 정책 수립 및 집행을 위한 ‘재외동포청’ 설치가 가시화되고 있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께서 얼마 전 뉴욕 교포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재외동포청 설립을 언급해 조만간에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재외동포 업무를 관장하는 재외동포재단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목으로 4년 전 제주도 서귀포로 이전했다. 안타까운 점은 재외동포 대부분이 인천공항을 통해서 들어와 서울서 일을 보고 나가지, 솔직히 제주 서귀포까지 올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것은 동포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 만들어질 재외동포청은 반드시 서울·인천 등 수도권에 위치해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10월 5일은 전 세계 재외동포들을 기념하는 ‘세계한인의 날’이다. 마침 올해는 이민 120주년을 기념해 최초의 이민 출발지인 인천에서 전 세계 한인회장들과 함께 한인의 날 행사를 거행된다. 여기서 하나 주목할 것은 이제 대부분의 동포 관련 단체나 행사의 이름에 ‘동포’라는 말은 차츰 사라지고 ‘한인’이란 이름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동포’라는 단어가 과거 어려운 시절 해외로 나간 초창기 이민자들을 연상시킨다. 이들은 노후에 고국으로 오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현지에서 나고 자란 차세대들은 거주국의 시민으로 성공하고자 하는 글로벌 코리안들이다. 그런 차원에서 필자는 재외동포청(The Board of Overseas Korean)의 이름을 차라리 ‘세계한인청’(the Board of Global Korean)으로 바꾸는 것이 미래지향적이 아닐까 생각한다.

필자가 책임을 맡은 재외동포재단에선 여러 가지 일을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차세대 교육이다. 현재 해외에는 10대부터 20·30대 차세대 동포들이 어림잡아 200만 명은 있다. 이들에 대한 정체성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대부분은 현지화해 나중에는 신체는 코리안이지만 정신은 외국인이 된다.

우리와 비슷한 수의 재외동포(약 700만 명)를 가진 이스라엘은 매년 5만 명의 유대 청소년들을 모국에 초청해 연수를 시킨다. 반면 우리는 최대 1500명밖에 초청하지 못한다. 짧은 연수 기간이지만 역시 피가 물보다 진한지, 이들 청소년은 일주일 만에 한인으로 태어나 눈물을 흘리며 친구들과 헤어진다.

마침 재외동포재단에선 임시정부 100주년 사업의 일환으로 재외동포 차세대의 교육을 위한 재외동포교육문화센터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 시흥캠퍼스에 부지를 준비 중인데 완공되면 보다 많은 재외동포 청소년이 글로벌 코리안으로 다시 태어나는 교육을 받게 될 것이다.

가난과 전쟁이라는 고난의 연속 속에서도 한민족을 해외로 보내 750만 글로벌 코리안을 키운 하늘의 뜻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한민족을 통해 홍익인간의 정신을 세계에서 구현함으로써 인류 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것 아닐까? 필자는 이것이 오늘날 세계 한인들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한다.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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